▲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 생활하수팀 연구사
하수는 냄새나고 더럽지만 이를 모아서 다시 맑게 하는 것이 하수처리장이다.

아주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임에도 우리나라의 하수처리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1976년 청계천 하수처리장이 최초로 준공됐으니 이제 겨우 40년이 지났을 뿐이다. 서울시 뚝도정수장이 1908년 준공된 것을 보면 하수에 대한 관심은 상수에 비해 한참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하수처리장은 과감하고 참신하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하수처리장은 물을 맑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도심 하천 산책길을 청량하게 하고 농경지에는 작물을 키우는 생명수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배출되는 악취와 하수 찌꺼기(슬러지) 배출 차량에 의한 미관 저해 등은 여전히 삶의 질을 저해하는 골칫거리다.

이런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은 점점 지하로 들어가고 있다.

마치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을 공원으로 꾸미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환골탈퇴를 통해 하수처리장은 주민들이 사랑하는 생태 공원, 스포츠센터, 복합 문화공간으로 우리 곁에 친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민원을 해결하고, 실내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을 산책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지하에 설치된 하수처리장이 맑은 물을 24시간 만들어내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면 미래의 하수처리장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2016년 6월엔 우리나라 기업이 제안한 미래 하수처리 모델인 '투모로우 워터(Tomorrow Water)'가 UN의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물과 위생의 보장 및 지속가능한 관리'에 부합하는 계획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이 모델은 기피시설이었던 하수처리시설을 IT·BT 기술과 융합해 오염수를 정화하고,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메탄가스와 전기 생산, 하수에서 추출한 비료를 이용한 화훼 농장 운영, 미세조류 광합성을 이용한 에너지 저소비형 하수처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미래형 하수처리장이 한 발 앞서 구현되도록 2013년부터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그 중 '미세조류를 이용한 하수처리' 기술은 'Tomorrow Water' 모델의 중요 공정에 포함됐다. 게다가 하수에서 질소, 인 비료를 추출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미래형 기술을 개발,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하수는 더 이상 버려진 물이 아니라 꿰어지지 않은 진주로 채굴되지 않은 금광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