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염에 마른낙엽
계곡 물도 바닥 드러내
등산객·상인 산불 걱정
인천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던 20일,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뒤 계양산 둘레길을 걷는 등산객 발끝에서 뽀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2016년 5월1일부터 같은 해 6월20일 사이 인천지역 누적강수량은 161.1㎜ 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51.5㎜로 줄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비 구경 힘든 요즘, 폭염까지 겹쳐 계양산은 마른 장작 같았다.

계양산 팔각정에서 만난 등산객 김선주(37·계양구)씨는 "듬성듬성 갈색으로 변한 곳이 있을 정도"라며 "나무 그늘 아래 풀들도 수분을 소진해 축 처져 먼지만 쌓여 있다"고 걱정했다.


▲마른 낙엽, 계곡 물줄기도 끊겨

봄·가을도 아닌데 산 곳곳엔 마른 낙엽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작은 불씨에도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평소 이맘때 조금씩이라도 흐르던 계곡 물줄기는 끊겨 바닥을 드러냈다. 등산로 주변에선 잎이 누렇게 변한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느재쉼터 근처에 자리한 침엽수 십여 그루는 잎이 누렇게 떠 마치 고사(枯死)한 것 같았다. 집단 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어도 군데군데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다.

계양구 관계자는 "숲은 거대한 스펀지처럼 수분을 머금고 있어 웬만한 가뭄에도 집단으로 고사하는 일은 드물다"며 "정확한 이유는 현장실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물이 잘 닿지 않아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5~6월마다 산불 있던 계양산, 대형 화재 땐 민간 피해 불가피

계양산에선 최근 해마다 5월과 6월에 화재가 거듭됐다. 건조해진 6월 날씨는 산불 발생 시기마저 바꿔놨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2015년 5월엔 등산로 6부 능선 인근에서, 다음 해 6월10일과 이틀 뒤인 12일엔 연이어 불이 나기도 했다.

이달 3일엔 징매이고개로부터 1.5㎞ 떨어진 지점에서 불이 나 1시간 20여 분 만에 진화된 일도 있었다. 계양산은 예전부터 유독 화재가 빈번했던 산으로 알려져 있다.

올 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1991년 이후 발생한 산불 위치를 모두 분석해 산불다발 위험지도를 만든 결과, 기초자치단체별로 산불다발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 인천 계양구와 남구라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계양산줄기와 이어진 방축동에서 가든형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계양산을 끼고 대규모 주택단지와 농업 시설들이 뒤섞여 있는데 낮은 습도와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라도 날까 무섭다"며 "강원도 강릉, 서울 수락산 산불을 보면서 더 불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