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 못해 대부분 '예방력 낮은 방식'으로 살처분
평택 2곳 유출 이어 이달 안성 지하수서 오염물질 검출
환경부, 10월까지 정밀검사 … 관계자 "하반기까지 긴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본 경기도내 곳곳의 매몰지에서 우려했던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2010년 12월14일부터 2011년 3월21일까지 98일간 지속한 5차 구제역과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이어진 AI에 '직격탄'을 맞았다.

20일 환경부와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I 발생 후 4월까지 5개월 동안 14개 시·군 206개 농가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약 1600만 마리가 매몰됐다. 도내 전체(5400만 마리)의 30%에 육박하는 가금류가 땅에 묻혔다.

여기에 과거 AI사태에 매몰된 가금류와 구제역으로 매몰된 40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 가축을 더하면 매몰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경기지역은 ▲관리지역 연장 매몰지 ▲가금류 1~5만수 이상 대규모 매몰지 ▲돼지 100~500두 이상 대규모 매몰지 등 점검과 조사 등 2차 피해여부를 관찰해야하는 '주요 매몰지' 35개소가 밀집해 있다.
문제는 '매몰 이후'다.

경기지역에서는 사육농가가 밀집한 탓에 AI와 구제역 피해 확산을 우려한 나머지 급하게 살처분이 이뤄졌다.

지자체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침출수 예방력이 높은 매몰방식을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

실제 2015년 이후 경기지역 305개소의 매몰지 가운데 저장조를 사용한 'FRP(액비저장소포함)' 매몰이 207개소, 5m 구덩이의 방수비닐을 깔고 가축사체를 묻는 '일반매몰'이 74개소다. 반면 침출수 방지에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호기호열' 방식은 24개소로 전체 12.7%에 불과하다.

결국 올 봄 해빙기가 끝나면서 도내 곳곳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이 확인되는 등 정부와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가 해빙기를 대비해 전국 164개소의 가축매몰지에 대한 합동점검을 한 결과, 경기지역 주요 매몰지 중 평택시 고잔·숙성리 등 2개 지역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왔다.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은 파손 저장조에 보수테이프를 붙이고, 빗물유입 차단 등 설비를 보강하면서 급하게 침출수를 막았다.

하지만 이달 초 환경부가 매몰지에서 약 5m 떨어진 곳의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하는 '관측정' 조사에서는 안성시 장암리·월정리·고은리 등 3개 지역에서 암모니아성 질소나 염소이온 등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이들 지역은 '침출수 유출 의심지'로 분류돼 환경부가 오는 10월까지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지자체와 방역전문가들은 그간 AI·구제역 사태에서 이뤄진 매몰방식 등을 고려 했을 때, 이같은 침출수 유출 또는 의심사례가 앞으로 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AI발생 지자체 관계자는 "침출수를 방지하는데 가장 적합한 매몰방식에 쓰이는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은 사이,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기 때문에 전국 모든 지자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정부와 지자체 조사가 어느정도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침출수에 대한 긴장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