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시인의 시 <섬>
백령도에는 사곶비행장이라는 전세계에 단 둘뿐이라는 천연비행장이 있다. 두무진과 콩돌 해안이 있고, 심청이 빠져죽은 인당수도 근처이다. 또 백령도가 품은 보물인 최정숙 화가가 있다. 화가는 14일부터 25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갤러리에서 개인전 <백령도-NLL 남과 북의 바다가 흐른다>를 열고 있다.

나는 몇 달 전에도 옥련여고의 갤러리에서 최정숙 화가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놀라면서 본 것은 폐병원에 버려진 심전도 그래프용지를 주워 백령도의 풍경들을 먹을 찍어 펜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어 만든 24m의 두루마기 형태의 긴 그림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짜리 '별이 내리는 섬 백령도'가 나를 놀라게 했다. '푸르다'에서 파생될 수 있는 오묘한 색이란 색이 다 모인 듯 몽환적인 그림이었다. 24m의 두루마기 그림, 100호짜리 큰 그림을 완성시킨 화가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에너지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백령도를 끝내 기억하겠다는 어떤 추억이 화가에게 깃들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았을 듯싶었다.

'풍경 기억상실증'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개발로 변해버린 현재로 인해 이전의 풍경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예이츠의 시에 나오는 <이니스프리 섬>을 가본 적이 있었다. 그 유명한 시에 등장하는 장소였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시비(詩碑)도, 관광지를 알리는 플래카드도, 장사꾼들도 없었다. 오로지 이니스프리 호수섬만 있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당장 관광지로 개발하고 사람들을 끌기 위해 생태놀이터를 파괴하고, 산업문화유산을 부셔 주차장을 만들고, 아이스크림과 기념품을 팔지 않았을까. 개인의 추억을 잡아먹고 '풍경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하고, 상상력이니 예술성이니 이런 것들은 깡그리 무시하면서 돈이 될 무엇을 찾고 있지 않았을까. 문화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예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검푸른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추억은 그렇게 가슴에 남아 오래도록 반짝여야 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