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조성 … 곳곳 부식되고 새끼 사라지기도
'제2인공섬 사업' 지지부진 "보수 등 대책 시급"
인천 남동유수지 내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가 번식하는 인공섬이 오래돼 부식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공섬 일부에서 부식 현상이 나타나면서 새끼 저어새가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제2인공섬 조성 관련 예산도 편성돼 있지만 관계 기관 협의가 늦춰지면서 건립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인천시는 남동유수지 내 제2인공섬 조성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시는 제2인공섬과 탐조시설·수림대 건립 등이 포함된 '남동유수지 친수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탐조시설과 수림대는 이미 조성했지만 인공섬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문가는 제2인공섬이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현장에서 저어새 모니터링을 해온 전문가는 최근 들어 인공섬 곳곳에서 부식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인공섬은 직경 28m, 높이는 약 3m다.

인공섬은 남동유수지가 조성되던 1985년에 같이 만들어졌다. 이 시설물은 당초 수위를 관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시설물은 준설한 흙에 돌을 얹은 형태다. 저어새는 주로 돌 사이에 나뭇가지 등 둥지재료를 끼워 넣고, 둥지에서 번식을 한다.

하지만 인공섬이 들어선지 30여년이나 지난 데다 저어새의 배설 분비물 등이 뒤섞이면서 작은 충격에도 부서질 정도라는 게 현장을 살펴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해마다 번식률이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새끼가 번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인공섬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저어새네트워크는 번식이 끝나는 올 10월 이후 인공섬의 안전진단을 계획하고 있다. 2009년부터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남선정 저어새네트워크 교사는 "새끼가 있었던 둥지를 며칠 뒤 확인하면 갑자기 새끼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돌 틈 사이로 떨어진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며 "공간이 부족해 저어새가 번식하는 데 위험하기 때문에 인공섬을 보수하거나 계획돼 있는 사업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인공섬이 언제 조성될 지는 미지수다. 재난 안전 관련 기관은 방재를 우선시 하는 반면 인천시는 저어새 보호를 위해 인공섬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재난 관련 부서는 인공섬이 설치되면 유속 등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 유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저어새가 번식을 마친 후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