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혜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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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리·연표제작·교육 성과

시 지원 중단땐 폐지 시간문제

30년 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냈던 시민의 함성은 촛불시위로 개화했다.

조성혜(57) 인천민주화운동센터 센터장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장식한 역사적 순간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1982년 결혼 직후 인천으로 내려와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이제 센터장으로써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자리에 와 있다.

"민주화 운동에 관한 인천의 역사는 정말 깊고 뛰어나요. 그런데 정작 돌아보면 인천에는 아무 것도 없지요. 인천의 역사를 성공회대나 부산 민주공원 같이 다른 지역에서 발견하는 일이 허다했어요. 인천지역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데, 다른 곳에서 자료를 빌려와야 할 형편이었죠."

인천민주화운동센터는 그렇게 시작됐다. 2013년 3월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민주화 운동 자료를 모았고, 지난 2015년에는 지역 운동사 연표를 만드는 성과를 이뤄냈다.

센터의 손으로 지역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하나하나 정리됐던 것이다. 사료 정리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험탐방이나 인문학토론대회, 노동인권교육, 강사양성도 센터의 역할이다.

하지만 센터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지원을 끊으려 하기 때문이다. 센터에 지원되는 매년 예산은 1억7500만 원 가량이다. 이마저도 사업비를 제외한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로 짜여 있다. 이대로라면 지역에서 유일하게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기관이 폐지되는 건 시간문제다.

"사실 좀 답답해요.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일은 정치권 사정과 당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되지요. 인천의 자산 아니겠습니까.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지역인데, 기념관이나 공원 하나 없는 게 말이 안 되지요. 저희가 민주주의 탐방 사업을 하려고 해도, 청소년들을 데리고 다닐 곳이 마땅히 없어요."

최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민주회관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화의 역사를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교육·연구공간으로 쓰자는 아이디어다. 건물을 짓자는 구상이라 지방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지역마다 이미 발간돼 있는 지역민주화운동사 편찬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올해 집필진이 구성될 예정이다.

"촛불로 30년 전 6월 항쟁이 부활했지요. 과거와 투쟁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정신과 감동은 여전해요. 민주화 운동의 자산은 소수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죠. 성숙한 사회가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