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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고전이야기]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2017년 06월 20일 00:05 화요일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정부는 지난 어느 때보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순탄하게 출범하는가 싶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안팎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이들이나 사회적인 배경이나 조건만 보아서는 장관 직위와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외의 인물도 하나둘씩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 장관 자리에 한번쯤 앉아 봐야 할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도 꽤 있을 법하다.

<사기(史記)> '장자(莊子)열전'에는 노자(老子)와 더불어서 도가(道家)의 대표 사상가인 장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초(楚)나라 위왕(威王)은 장자가 학식이 높고 인품이 훌륭하다는 소문을 듣고 재상으로 삼으려고 사람을 보내 모셔오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장자는 위왕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나라의 높은 신하가 되면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우쭐댈 수는 있지만, 왕에게 부림을 당하다가 자신이 쓸모가 없게 되면 결국 허망하게 내쳐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번듯하게 잘생긴 소가 제사장(祭司長)의 선택을 받았다가 결국에는 제단으로 끌려가 죽음을 당해 제물이 되고 마는 것과 같은 꼴이라는 것이다. 장자는 어지러운 사회 현실에서 세상에 휘둘려 욕을 당하느니 자연인으로 인생을 편안히 살고자 했다. 이것은 그가 '무용(無用)의 용(用)'을 추구했다는 것과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 소용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쓸모없음 때문에 오히려 자신은 하늘이 내려준 나이인 천년(天年)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몇몇 후보자들은 아마도 애초에 장관 자리 맡으시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자신의 능력이 이제야 인정을 받고 이제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한 몫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을 것이니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하며 기뻤을까.

그런데 전화를 끊는 딸깍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과연 자신이 혹독한 청문회의 공세를 무사히 넘기고 장관 자리에 오를 수는 있는 것일까 싶어 남모르게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이야 꼭 떼돈을 벌려고 위장전입을 한 것도 아니며, 세금 좀 아끼느라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숫자 몇 개 고친 정도이니, 뭐 이 정도는 이전 정부 때 나왔던 비리투성이의 부적격한 후보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것이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로하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일은 자기 뜻대로 전개되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이번 청문회에 나서지 않고 자신들의 허물을 가만히 묻어두고 있었다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젓이 존경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남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세세한 허물들까지 세상에 들추어져서 망신을 사고 있다.

후보자들의 이러저러한 비리는 이미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처럼 새로이 출발하려는 이번 정부의 도덕성에도 큰 흠결을 남겼다. 그런데도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던 정부는 그들의 임명을 속속 강행하고 있다.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족함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고 한 지적을 거듭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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