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날벌레·바퀴 등 민원급증 … 소독·방역 소용없어
저녁 어스름이 내리던 이달 17일 오후.

인천 계산택지 상가 주변에 엄지손가락만한 검은 물체들이 스멀스멀 나타났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살펴보던 한 행인이 '바퀴벌레'인 것을 알고는 깜짝 놀라 몸을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바퀴벌레는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이렇게 많은 건 드문 일이라고 상인들은 설명한다.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섭(45)씨는 "치킨집이나 술집에서 기름 사용하다 보니 바퀴벌레가 있긴 있었어도 올여름엔 유독 심한 것 같다"며 "한 마리 보이면 안 보이는 곳에선 수십 마리 있는 게 바퀴벌레라, 최근 안양 범계역에서 바퀴벌레 떼가 출몰했던 것처럼 계산택지 상가도 그렇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구 당하동에 사는 김모(35)씨는 6월부터 날벌레 '깔따구' 때문에 고생이다. 작은 것들은 방충망 구멍도 통과해 창문을 못 열 지경이다. 김씨는 "밤만 되면 불빛을 보고 사방에서 몰려들어 천장이나 커튼, 아이 얼굴에까지 내려 앉는다"며 "집 근처 산이나 개울이 이유인 거 같은데 강력한 방역이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인천 곳곳이 각종 벌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올해는 무더위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시작된 것이 벌레 번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 자치단체 민원 게시판을 보면 벌레 민원은 계양구, 서구뿐만이 아니다. 부평 굴포천에서도 해 질 녘만 되면 시커먼 무리를 이룬 날벌레가 공중에서 군무를 펼친다.

'깔따구'나 하루살이와 같은 날벌레는 물에서 산란한 뒤 발육을 거쳐 성충이 되면 수풀 등에서 서식한다. 모기처럼 물지는 않아도 피부병을 옮길 수 있어 주민들에겐 성가시고 불쾌한 존재다.

자치단체들은 벌레 민원이 계속돼 하수관 덮개를 모기장으로 틀어막거나 벌써 몇 달 전부터 매일 연막 소독도 벌이고 있지만 날벌레는 물론 바퀴벌레 등의 개체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방역 관련 한 담당자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모기 서식 조건이 나빠지면 모기는 주는 반면 다른 벌레들이 극성이다"며 "피해를 막으려면 일방적인 방역보다는 서식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데, 하천이나 개울 환경 변화는 당장 힘든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