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하석용 칼럼]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 수 있을까

홍익경제연구소장

2017년 06월 19일 00:05 월요일
이집트를 여행할 때 안내원이 해주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이집트의 공무원 숫자가 폭발을 했는데 현재 전 국민의 40%정도가 공무원일 정도입니다. 가족까지 합치면 전 국민의 70% 가까이가 공직으로 먹고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것이 무바라크가 국민들을 쉽게 먹여 살리고 장기 집권을 유지하는 방법인 거지요."

정치인들이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국민들을 어떻게 해야 먹여 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기도 하지만, 인류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선택한 이후로 권력자들의 초심은 대체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글쎄…, 김정은의 초심은 어떠했을지 몰라도 '피델 카스트로'나 '후안 페론'도, '마르코스'나 '우고 차베스'도 모두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만큼 지금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연일 일자리 타령에 매달리는 것은 새삼스럽다할 일은 아니다. 어찌 보자면 그 이전의 정부도 모두가 그랬고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 국방과 치안 외에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서양경제학이라는 체계가 수백 년을 두고 머리를 싸매는 일도 단순화하자면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면 이 전 인류적인 문제가 결코 넘어서기에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특별한 재주를 달리 가진 것도 없는 정치인들의 마음은 바빠지고 그들의 마음이 바쁘면 바쁠수록 현실과의 파찰음(破擦音)은 요란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류의 역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대책이었던 것은 아니고, 인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공산체제, 혼합경제체제 따위들을 끊임없이 실험해 왔고 지금도 다양한 실험들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 지구 어디에서도 아직 통쾌한 만세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무튼 대한민국도 헌법 제119조에, 대한민국의 경제로 혼합경제체제(소위 케인지안 경제)를 묘사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정부를 포함한 국가는 막대한 권한과 임무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라고까지 정하고 있으니 정부의 마음은 항상 초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요즘 진행되는 정부의 일자리 타령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마음이 바쁘다고 해도 정부가 이러한 난제를 푸는 마치 마술 같은 묘수라도 가지고 있는 양 허풍을 떨어서도 안 될 것이고, 뛰어넘을 수 없는 원칙을 무시한다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제의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와 해외 등 4부문으로 이해하는 소위 케인지안 경제에서, 정부는,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뉴딜' 형식의 경제성장 정책의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뉴딜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적, 보충적인 처방인 것으로 자유자본주의경제의 원론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뉴딜은 통상 포퓰리즘과 연결되기 쉽고 국민의 근로의식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건강한 자본의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 숱한 선행사례들이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는 생산이 따르지 않는 사회적인 고정비용만의 증가를 가져오기 쉽고 사경제부문에 인재확보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무바라크의 이집트 같은 불치의 집단적인 독재화를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극히 조심스러운 것이다.

아무리 혼합경제체제라고 하더라도 일자리의 창출은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부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이러한 고용환경을 조장 지원하는 데에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도 재정이 남아돌아 공무원을 81만명씩이나 증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년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을 그 절반만큼만 선발해서 전 세계에 국비유학생을 파견할 일이다. 그들이 십년쯤 뒤에는 우리경제를 먹여 살릴 막강한 자원이 되지 않겠는가.

기업에게 이렇게 저렇게 고용하고 임금은 이만큼 주라고, 말씀으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좋은 정부가 아니다. 오직 기업들이 스스로 신명이 나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남에게 월급 줄 고민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험 한 번 없는 사람들이, 조사와 허가 따위 권력으로 무장하고 사경제를 호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제에서 밥그릇은 커지지 않는다.
<저작권자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그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