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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인천을 읽다] 소래염전 이은춘    

   

2017년 06월 19일 00:05 월요일
갈대밭을 건너 온 마른 바람이
수차의 헛바퀴를 돌리고 있다

소금밭이었던 염전에는
밀물처럼 몰려드는 함초 무리뿐
사람의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노을빛으로 녹슬어가는 양철지붕
한쪽 기둥이 썩은 소금창고는
마른갈대처럼 기울어져 있다

짜디짠 가난 햇볕에 말리듯
소금을 내던 사람들은 떠나간 지 오래
낡은 수레 위 몇 알갱이로 남은 소금만 바스락거리고
허리가 꺾인 갈대들이 텅 빈 염전의 등허리를 베고 눕는다

폐 염전 제방너머 수인선전철 지나갈 때마다
푸드득 물까마귀 날아가고
낯익은 목소리 두런두런 들릴 것 같은 저녁

빈 갯펄을 건너 온 마른 바람은
여전히 수차의 헛바퀴를 돌리고
토판에 바닷물 부딪는 소리
고무래로 소금 끌어 모으는 듯한 소리

밑동이 썩어 기울어진 창고 위로
하루를 견뎌 온 시간들만 컴컴하게 쌓이고 있다


시간은 가고 그 옛날 열차는 이제 오지 않는다. 소래바다는 이 걷어낼 길 없는 철로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알고 있다. 조선을 식민지로 일제가 온갖 물자를 수탈하기 위해 건설했던 철도와 염전. 검은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등을 웅크린 듯 엎드린 폐 염전에는 '짜디짠 가난 햇볕에 말리듯/소금을 내던 사람들은 떠나간 지 오래'고 새로 놓인 '수인선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푸드득 물까마귀'만 날고 있다. '토판에 바닷물 부딪는 소리/고무래로 소금 끌어 모으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 좁은 협궤선 화물칸에 등을 기대고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흙으로 삭고, 바람으로 삭고, 기울어진 소금창고처럼 삭아서 그 삭은 것들이 가서 닿아야 하는 내밀하고 구체적인 세계는 어디일까? '갯벌을 건너 온 마른 바람은/여전히 수차의 헛바퀴만 돌리'고 갈대밭에서는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발자국 소리에 조차도 산 것들의 거친 숨소리가 묻어서 검은빛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폐 염전위로 내리는 쓸쓸한 저녁이다.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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