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습 차질에 애끊는 가족들 '발 동동'
아들딸·형제자매·부모 찾아 길거리·SNS 선전·병원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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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최소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화재 참사의 실종자 가족들이 애끓는 마음으로 아들과 딸, 부모, 형제자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15일 영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가족들은 아직 정확한 실종자 수가 집계되지 않은 데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피해자의 신원마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그렌펠타워 인근 구호센터에서 실종 가족의 사진을 들고 서 있거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가족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희생자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환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가족도 있다.

여자 형제와 12살 조카를 찾고 있는 카를로스 루이스는 "모든 병원을 하루에 두세 번씩 오가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가족들도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운 좋게 가족을 찾는 경우도 있다.

아델 차우이는 병원을 돌다 사촌 여동생 파라 함단의 8살, 6살 두 자녀를 발견했다. 간호사에게 구걸하다시피 해 겨우 발견한 것이다.

그는 "병실에 올라가서 보니 아이의 두 아이가 같은 병실에 있었다"며 "그 누구도 두 아이가 서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 아이는 혼수상태고 다른 아이는 진정제를 맞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차우이는 여전히 함단과 그녀의 남편, 이들의 6개월 난 셋째 아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멀리 있는 외국인 실종자의 가족은 더욱 애가 탄다.

이 타워 23층에 거주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학 대학원생 글로리아 트레비산은 참사 당일 엄마에게 마지막 작별 전화를 걸었다. 트레비산은 그녀의 파트너 마르코 고타디와 함께 참사 속에 실종됐다.

트레비산 가족의 변호사는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엄마에게 그동안 자신을 위해 해준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통화 직후 전화가 끊어졌다.

120가구, 400~600명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렌펠타워에 화재 당시 있었던 인원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은 데다, 구조 당국이 아직 수색조차 하지 못한 많아 희생자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현지 매체에는 사망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마저 나와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사망자 17명 가운데 시리아 난민 출신 대학생 모하메드 하지 알리 등 사망자 6명에 대해서만 신원을 잠정 확인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화염으로 휩싸인 아파트 안에서 사망한 이들 가운데 영원히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스튜어트 쿤디 런던경찰청 국장은 "슬프게도 일부는 신원을 확인 못 할 수도 있다"며 "사망자 수가 세 자리에 이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