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순간 지켜본 영국인 인터뷰…"웜비어, 아픈 기색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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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북한 여행 기간 중 한방을 쓴 40대 영국 남성이 웜비어가 숙소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북한을 여행하면서 웜비어와 한방을 쓴 '룸메이트'이자, 웜비어가 북한 당국에 체포되는 순간을 지켜본 '유일한 서양인 목격자'인 대니 그래튼은 언론과 첫 인터뷰에서 웜비어가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북한 측 주장이 거짓이라며 웜비어의 결백을 호소했다.

웜비어를 "훌륭한 청년"으로 기억하는 그래튼은 "오토가 상상할 수 없는 가장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며 "(북한) 독재정권 이면의 악마성을 서구에선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태퍼드셔의 한 작은 마을 출신으로 영업직에 종사하는 그래튼은 모험을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웜비어와 마찬가지로 중국 소재 북한전문여행사 '영 파이어니어 투어스'를 통해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베이징에서 북한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오토와 처음 만났다는 그래튼은 "관광단 중 우리 둘만 미혼 남성이다 보니 같은 방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평양에 들어갈 때부터 나 혼자 나올 때까지 우리 둘이 붙어 다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첫날 두 사람은 맥주 몇 잔을 함께하며 급격히 친해졌다.

그는 "오토가 나이치고 굉장히 성숙했다"고 첫인상을 회고했다.

그는 여행기간 24시간 내내 붙어있지는 않았으나 낮에는 함께 여행하고 밤에는 같이 다녀 웜비어를 잘 안다며 그가 호텔 내 통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쳤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웜비어가 선전물을 훔친 날이라고 주장한 날이 여행 이틀째 날로, 이날 저녁 관광단이 다같이 광장 구경을 했으며 술을 더 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여행기간 내내 웜비어가 단 한 차례도 선전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웜비어가 이런 일을 계획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웜비어의 혐의 내용을 수주 뒤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내 경험상 그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매우 매우 예의 바른 아이였다"고 말했다.

설사 선전물을 훔쳤다고 해도 이렇게 참혹한 대가를 치를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그랜튼의 고향 친구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웜비어가 다닌 와이오밍 고등학교와 버지니아대 동창들은 그가 고교시절 축구부 주장을 하면서도 높은 학점을 받는가 하면 대학에선 장학금을 받는 등 보기 드문 절제력이 있는 친구였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활도 성실히 해 런던정경대에서 계량경제학 심화 코스를 이수하고, 명망있는 학생 투자 그룹에도 가담했다.

동창들은 웜비어의 지적 호기심이 상당했다며 그가 북한으로 여행을 갔다는 사실이 아닌, 그렇게 모범적인 친구가 북한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웜비어의 아버지도 아들에 대해 "과제가 있으면 15시간씩 꼼짝하지 않고 앉아 해내는 능력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래튼은 돌이켜보니 출국 당일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이 불명확한 이유로 모닝콜을 해주지 않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둘이 관광단 중 가장 늦게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출입국심사관이 그들에게 여권을 건네준 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두 북한 보안 담당자가 나타나 웜비어를 개인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그래튼은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튼은 이 광경을 보고 일반적인 검사이거나 미국인인 웜비어를 일부러 애먹이려는 심산으로 생각했다.

그는 농담조로 "'자, 이렇게 보는 게 마지막이겠네'라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 됐다며 "그게 끝이다. 그게 마지막으로 오토를 본 순간이었으며 나는 오토가 끌려가는 모습을 본 최후의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웜비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저항하지 않았고 겁먹지도 않았다. 오히려 반쯤 웃었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한 관광단 중 한 명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여행 가이드가 평양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웜비어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웜비어는 통화에서 두통이 심해 여행을 계속할 수 없으며 병원에 가야겠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튼은 이에 대해 당일 웜비어에게 아픈 기색이 전혀 없었다며 북한에 체포 사실 공개를 늦추기 위해 이렇게 말하도록 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튼은 이후 웜비어의 부모님과 간헐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미 정부나 여행사 어느 쪽도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