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백령도' 앞에 선 사람들 갤러리엔 아리랑이 울려퍼지고
최정숙 작가 '남북의 바다가 흐른다'展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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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의 그림엔 구상성과 비구상성이 공존한다. 선명하게 잡힐 것 같으면서도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희미하다. 그가 쓰는 물감도 특별해 보인다. 백령도 밤하늘에 뜬 별들을 부수어 흩뿌리고, 백령도의 바닷물을 길어 태양광선에 응축해 만든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그림을 그려낸다.

개막식이 있던 14일 오후 5시 찾은 가온갤러리(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만난 그의 작품 60여점은 대부분 비현실적이면서 조금은 몽환적인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백령도-NLL 남과 북의 바다가 흐른다'란 전시제목이 아니었다면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니스나 그리스 에게해의 바다 풍광을 보는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동안 해반문화사랑회를 이끌며 지역문화운동에 매진했던 그가 왜 갑자기 백령도를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 것일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문화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90년대 초반만 해도 인천의 문화가 상당히 척박했거든요. 그런데 2003년 쯤이었어요. 제가 어느덧 50이 넘어 있던 거였어요. 나는 화가가 아니었던가 생각이 드는 겁니다."

1991년 해반갤러리를 개관했지만 인천문화발전을 더 고민했던 화가. 어느날 문득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 최정숙은 다시 캔버스 앞에 선다. 그리고는 수년 간 두문불출한 채 비구상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2010년 서울인사이트센터에서 '일상속의 우주'란 개인전을 열고 다시금 화단에 복귀한다.

 백령도를 그림의 주제로 삼은 것은 운명이었다.

"전시 뒤 인천시에서 백령도 프로젝트를 하는데 백령도가 고향인 제가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 왔어요. 그런데 이후 천안함피격, 연평도포격 사건 등이 터지면서 서해5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푸른바다와 하얀 파도,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검푸른 밤하늘의 별들…, 그 때부터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에 담긴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향을 그리기 시작했다. 송월동에서 태어났지만 그 역시 5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백령도에 살았고, 학교를 다닐 때도 방학 때면 백령도에서 머물고 했던 터였다.

그렇게 '바다로 내리는 희망', '별빛 내리는 섬', '아버지의 바다' '노을' '평화의 바다' 등 크고 작은 작품 수십 여점이 탄생했다. 그의 그림이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은 고향과 가족, 남북평화 등의 키워드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최 작가의 고군분투와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개막식엔 인천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모교인 홍익대 선후배들이 갤러리를 가득 메웠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어린이합창단도 '아빠 사랑해요'와 '아리랑' 합창으로 최 작가의 전시를 축하했다. 전시는 25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