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 가진 항구도시 … 인천이 최적"
해사법원(海事法院) 설치를 놓고 인천과 부산간 유치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해사법원은 특허법원이나 가정법원처럼 특정분야의 사건을 다루는 전문법원으로 선박이나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사사건을 비롯, 국제 상거래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이다.

해운 선진국인 영국·미국·중국·일본·싱가포르 등은 해사법원이 설치된 반면, 세계 해운 6위국인 우리나라는 아직 독립된 해사법원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상 관련 사건들의 분쟁이 대부분 영국, 싱가포르 등 외국의 중재나 재판에 의존하고 있으며, 매년 3000억원의 소송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관련 업계와 학계 등이 국내 해사법원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6년 2월 해사법원 전 단계인 해사전담부가 서울과 부산에 설치돼 해사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해사법원 설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인천과 부산이 해사법원 유치전에 나서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돼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9일 미추홀타워에서 '해사법원 인천설립 범시민 추진 TF'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시작했다. TF는 인천지역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연구기관, 언론계, 항만·물류업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TF 공동 단장을 맡고 있는 이종린(54·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로부터 해사법원이 인천에 설립돼야 하는 이유와 TF의 향후 활동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해사법원 설치는 인천이나 부산이라는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됩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국제 상사분쟁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난 13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맞은편에 위치한 변호사사무소에서 만난 이종린 변호사는 "국내 사건 규모가 해사법원을 설치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제해사기구의 중재재판소를 유치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인천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해사사건은 연간 600여건에 불과해 현재처럼 전담재판부에서 처리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해사 사건 수가 해사법원 설치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라며 "특허법원의 경우처럼 법원이 신설되면 그 분야의 사건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전담재판부의 경우는 사건을 배당하는 법원 직원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해사사건으로 배당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제고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사법률 분쟁발생으로 영국, 싱가포르 등 외국의 중재제도나 재판소에 지출하는 소송비용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현재 상황에서라도 해사법원이 인천에 설치되면 연간 약 1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 외국 해사법원에 지출하는 소송비용 3000억원에다 소송 상대방의 비용을 비롯해, 법률서비스 종사자의 경제활동 등 소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발 효과도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은 부산에 비해 해사법원을 설치하기에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해사분야 변호사는 약 70여명으로 전담재판부가 설치된 서울(18개 로펌)과 부산(4개 로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 187개 해운업체도 서울이 135곳으로 가장 많고, 부산이 43곳, 전남 5곳 등이며, 인천에는 등록선사 하나도 없다.

이 변호사는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인적·물적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갖춰질 것"이라며 "국내 연간 해사사건 600여건 중 83% 이상이 수도권에서 처리되고 있으며, 지방은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피소송인(해운물류업체)의 소재지에서 소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본사가 소재한 수도권에 사건이 집중돼 있다"며 "국내 상황만 고려하더라도 해사법원이 부산에 설치될 경우 소비자인 사건 관계인들이 큰 불편을 겪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해사법원은 더구나 국내 해사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국제 해사사건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해사법원 설치가 결정돼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 변호사는 또, "해사 사건의 특성은 해상이나 선박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검증하거나 감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항구도시에 설치돼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들을 모두 갖춘 해사법원의 최적지는 인천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사법원 설치는 국제해사기구의 중재재판소 유치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해사법원을 당장 설치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법조인의 입장에서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간 상사분쟁에 대비하려면 해사법원을 인천에 설치하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사법원 설치로 인적·물적 인프라가 구축되면 그것을 토대로 국제해사기구 중재재판소를 유치해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며 "이것이 해사법원 설치의 가장 큰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전세계 54개국 186개 도시를 연결하는 88개 항공사가 취항하는 국제공항을 가진 인천이 가진 장점을 살리고, 300만 시민이 힘을 모은다면 해사법원 인천 설치는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변호사는 "한때는 시민들이 법적인 조력을 받고 싶어도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법조계의 환경도 크게 달라져 아예 문턱이 없을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며 "600여명의 인천지역 회원 변호사들이 시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이종린 변호사 프로필

- 충남 아산
- 경복고·연세대 졸업
- 전 법무법인 이일 대표변호사
- 전 부천가정법률상담소 이사
- 전 부천시 인사위원
- 전 재부천충청향우회 고문
- 인천지법 부천지원 조정위원
- 인천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 부천시의회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