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교가를 학교 행사장이 아닌 음악회에서 '감상'했다. 그것도 풍금 연주로 들었다. '원더풀 동인천Ⅱ-개항기 시대 음악의 향연'이란 타이틀이 붙은 음악회가 지난주 토요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열렸다. 이것을 개최한 이는 인천콘서트챔버 대표 이승묵(33) 씨다. 지난봄 필자의 북콘서트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악사입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을 참조해서 음악회를 열고 싶습니다."
몇 차례 만나 음악회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 열흘 전쯤에 그가 내민 레퍼터리는 낯설었다. 대한제국 국가, 러시아 바랴크함 환송가, 인하대 교가, 대한혼가(大韓魂歌) 등으로 구성되었다. 듣도 보도 못한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금세 한편의 서사가 그려졌다.

인천 개항장을 중심으로 러일전쟁(제물포해전)과 선교사들의 입국 그리고 하와이 이민 출발 등 숱한 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이 공연은 개항장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졸저 '시대의 길목 개항장'을 토대로 레퍼터리가 마련되었다. 과거 기억을 유지만 한 채 박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다양한 곡으로 해석해 풀어냈다.

그동안의 인천콘서트챔버 공연장은 연주 곡목 만큼이나 독특했다. 옛 얼음창고(카페 빙고), 숭의동 (구)낙원여인숙, 일제강점기 하역회사 사무소(카페 팟알) 송도트라이볼, 해안성당 옛 교육관(모노그램커피숍), 원인재(源仁齋) 등이다. 시간의 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에 아름다운 선율을 채워 넣었다. 작은 공간 덕분에 그 선율은 바로 청중의 숨결과 하나가 되었다.

인천시는 지역이 갖고 있는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고 활용하기 위해 인천사랑, 즉 '애인(愛仁)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거대담론과 성과주의에 빠져 애인 소재 발굴의 레이더가 너무 먼 곳을 헤매지 말았으면 한다. 인천을 사랑하는 인천 악사(이승묵 씨는 자신을 늘 이렇게 표현한다)의 소박한 음악회도 하나의 애인이다. 최근 인천을 소재로 한 소설, 연극,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 활동이 왕성하다. 그들의 이런 실천이야말로 정말이지 '원더풀' 애인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