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예방의 날...가족과 단절 자기학대도
"맞고 산 게 하루 이틀이 아니야. 아들이라 참다가 결국 경찰에 신고했어."

친아들에게 수년간 학대당한 이영순(84·가명) 할머니는 인천학대피해노인쉼터로 피신했다. 나이 50이 넘은 아들이 술만 마시면 이 할머니를 위협해서다. 욕설로 시작 된 아들의 학대는 신체 학대로 이어졌다. 아들은 급기야 도시가스 밸브를 여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저질렀다. 아들의 학대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이 할머니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도 그 때 뿐이었다. 아들은 술을 마시면 또 다시 돌변했다.

최근 이 할머니처럼 자식들에게 학대당하는 노인 외에도 자신을 방치하며 스스로 학대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가족과 단절된 채 살다가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은 김광철(67·가명) 할아버지의 경우가 그렇다. 우울감을 느낀 김 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했다. 김 할아버지 집을 찾은 주민센터 직원은 이 같은 사실을 기관에 알렸다.

제1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인천 지역 노인들은 무차별적인 학대를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천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사례는 2014년 203건, 2015년 274건, 2016년 35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대는 친족으로 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년간 배우자, 아들, 며느리 등의 학대 사례는 579건이었다. 학대 수법은 정서 학대가 59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 학대가 538건, 자기방임 학대 415건순이다.

이처럼 노인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학대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학대 대부분이 가정에서 발생하다 보니 은폐되기 쉽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자식에게 학대당한 사실을 알리기 꺼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를 막기 위해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대 사실이 발견되면 보호기관의 상담과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정 기간 쉼터에 머물 수 있다.

김병수 사회복지사는 "국가적으로 효행에 관한 법률과 제도 등이 있지만 노인 학대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다"며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나 떨어져 있는 가족 등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노인 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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