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점 근무하며 선행 십여년
무료급식·밑반찬 전달 …"봉사통해 스스로 행복 느껴"
방영분(61)씨 어렸을 적 경기도 양평 살던 때, 이발사였던 아버지는 동네 초상집 염(殮)도 거들고 했다. 이웃에 도움이 필요하면 궂은일이라도 직접 나서서 도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방씨는 1976년 학교 졸업던 해 직장 따라 인천으로 왔다. 그는 아버지처럼 제2의 고향인 인천에서 온갖 궂은 일을 자처하고 산다. "아버지나 나나 남 돕는 게 천직인 거 같다"고 말했다.

방씨 일과 시작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빠르다. 지난 18년 동안 모 분식집에서 새벽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일하고 있다. 일주일 중 쉬는 날은 없다.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웃어넘겼다.

나머지 오전, 오후 시간은 홀몸노인이나 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이나 밑반찬 봉사 등에 할애한다. "밥은 하늘이며 나눌수록 좋다"는 말에 감명받고 음식 봉사에 흠뻑 빠져 산다.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부평역이나 서구 등지에서 이뤄지는 '빨간밥차' 무료급식 자원봉사 날이다.

그는 "어르신들에게 음식 대접할 때마다 노년에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더 애틋하다"며 "밥솥 6개와 국통이 내뿜는 열기로 온몸에선 땀이 나지만 보람된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방영분씨는 차상위계층에게 김치와 밑반찬을 지원하는 '청천민간사회안정망'에서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100여 명 회원이 한 달 5000원씩 모은 돈으로 운영하는 민간단체다. 회원들과 청천2동 35개 가구에서 먹을 김치와 반찬을 손수 만들어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전달하고 있다.

방씨는 열혈 봉사자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20년 전 디스크가 심해져 일을 할 수 없게 된 남편 대신, 생계를 짊어지면서도 무료 급식, 마을 청소 등에 앞장서고 있다. "내 생활이 부유하진 않지만 불평, 불만하지 않고 기쁘게 살아가면서 봉사를 통해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그동안 병원 신세 한 번 없이 무탈하게 지낸 것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