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분단체제와 87년체제
▲ <분단체제와 87년체제> 김종엽 창비 480쪽, 2만5000원
우리 사회 대표적 자생이론 '분단-87년' 체제론 성찰

분단 70년과 민주화 30년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분단체제와 87년체제>(창비·480쪽)는 불가분의 관계인 우리 사회의 대표적 자생이론 분단체제론과 87년체제론을 다룬 책이다. 분단의 현실과 민주화의 양상을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인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두 체제이론의 현재적 의의를 되짚고 2010년대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분단체제론은 백낙청이 제기한 이론이다. 6·25 이후 70여년간 남북의 각기 다른 체제가 어떻게 분단현실을 재생산해 왔으며, 우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실험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담론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은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를 축소하고 시민사회가 분단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줬다. '흔들리는 분단체제'하에 등장한 87년체제라는 개념은 이후 30여년간 한국 민주주의 향방을 좌우해왔다. 이 두 개념과 이론은 무수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보편적 이론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해왔다.

김종엽은 여기서 2017년 5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 사회의 관건이 두 측면을 하나의 이론적 전망 속에 통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타오른 시민들의 촛볼. '촛불혁명'은 무엇이었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꿨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촛불혁명에 대한 몇개의 단상'은 '촛불혁명'의 명칭과 성격, 경로와 동력, 의미와 성과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김종엽의 평가는 냉정하면서도 흥미롭다.

2002년 미선이 효순이 미군장갑차 사건 때부터 현재까지 여러 차례 이뤄진 촛불항쟁들이 이번 촛불혁명을 예비했고, 그 혁명은 87년체제 아래서 이루어진 최량의 정치적 성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87년체제의 극복이 아니라 그것을 수호한 '보수적' 혁명이고 그런 의미에서 6월항쟁의 사후 완성이라고 해석한다. 촛불혁명은 '새로운 시작'의 혁명이 아니라는 얘기다. 촛불혁명은 현 체제를 폭력적으로 전복하지 않고 그것에 잠재된 민주적 가능성을 남김없이 사용해 평화적으로 이룩한 혁명이었다.

이처럼 '창의적 실험'은 꾸준히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자극할 것이며 결국 우리는 분단체제와 87년체제를 잇는 또다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만5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