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식 함석헌평화연구소장
고교생때 처음 접한게 인생 전환점

"씨알은 민중·일반인 … 차별 안 된다"

일제강점기 비폭력·평화주의 저항정신을 보여준 사회운동가이자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로 알려진 함석헌 선생. 지난 8일 숭의동 비앙갤러리에 함 선생을 기리며 연구하는 '함석헌평화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함석헌에 '올인'한 황보윤식(69) 소장은 "그의 무지개·융합 사상을 본받아 공동체주의를 목표로 하는 연구소로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함석헌의 책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은 게 그의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됐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황보 소장이지만 '이 사람은 역사를 관철하는 시각이 다른 사상가들과는 다르구나'라는 호기심이 늘 그를 자극했고, 함석헌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었다. 이후 1970년대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을 맡은 데 이어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등에서 그의 사상을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또 최근까지 인하대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함석헌의 사상을 강조하곤 했다. 그는 "아무리 수십 년간 선생님을 연구하고 그의 생애와 행적을 밝혀봐도 공부할 게 무궁무진하다"며 "이제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하며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연구소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선생님의 '씨알사상'입니다."

한국전쟁으로 동구 송림동으로 피난 온 황보 가족은 대전 피난민수용소, 서울 등을 거쳐 다시 인천으로 와 곳곳을 떠돌았다. 순탄치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함석헌의 '씨알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씨알은 민중, 일반인들을 의미한다"며 "모두가 같은 씨알이며, 어느 계층도 수직관계에 얽매어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나마 새 정부는 민중을 중심으로, 민중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눈에 띄어 희망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평화연구소는 앞으로 월례강좌, 함석헌사상집을 비롯한 독서토론회, 정기 학술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특히 올 가을 '함석헌의 융복합적 사유와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 계획이다. 황보 소장은 "특히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청년들과 함께 인문학 토론 등을 통해 함석헌 선생님의 사상을 전파할 생각"이라며 "그저 연구에만 그치는 소극적 단체가 아닌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활발한 단체로 커 가겠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