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랭킹 1위 탈락 충격
동점땐 선발전 우선적용
작년 리그방식 기습 변경
경기·인천선수 불용·반발
대한장애인탁구협회(협회) 소속 경기·인천 선수 등이 지난해 치러진 협회의 첫 국가대표 선발 경기 기준을 두고, 국내성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그동안 국내 각종대회 랭킹점수를 갖고 국가대표 선수를 발탁해왔다.

11일 협회와 선수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12월21~22일 경북 문경 온누리스포츠센터에서 리그방식(11점 5세트)으로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장애인탁구 대회는 남녀 TT1~TT11까지의 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낮을수록 중증장애인에 해당한다.

선발전 출전자격은 2016년 랭킹 순위 1위~5위까지 주어졌으며, 최종 등급별 남자 11명, 여자 9명 등 20명의 국가대표를 뽑았다. 이후 협회에서 2차로 남자 4명, 여자 2명 등 6명을 추가 선발했다.

하지만 일부 탈락 선수들은 단 1번의 경기 결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협회가 정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지난해 등급별 국내랭킹 1위(34점), 2위(21점), 3위(13점) 등이며, 국가대표 선발전 1위(34점), 2위(21점), 3위(13점) 등의 순으로 점수를 배정했다.

동점일 경우 선발전을 우선한다는 기준도 달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8개 국내대회 성적을 합산한 국내랭킹 1위, 2위 선수가 단 1차례 치른 선발전으로 순위가 바뀌면 55점 동점이 되고, 우선순위에 따라 국내랭킹 2위 선수가 국가대표에 뽑히게 된다.

국내랭킹 순위는 15개 대회 중 랭킹점수를 부여하는 협회장배(1위 5000점)·인천시장배(1위 2400점)·대전시장배(1위 2700점) 등 8개 대회의 누적점수를 합산해 가려진다.

즉, 협회 국가대표 선발 기준대로라면 1년 동안의 성적인 국내랭킹 1위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실제 30년 넘게 국내랭킹 1위를 굳건히 지켰던 A선수는 선발전에서 2위를 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다.
A선수는 '1988 서울 패럴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0 시드니 패럴림픽' 금메달 등 그 동안 국제대회 100회 이상, 국내 입상을 합하면 300회 이상 각종 메달을 거머쥐면서 '장애인탁구계의 전설'로 불린다.

A선수는 "선발전 1게임으로 국가대표를 발탁한다면 국내랭킹 대회를 왜 치르는지 모르겠다"며 "사비를 털어 대회당일 문경까지 4시간 넘게 운전하고 바로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졌다. 선수들의 이런 고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두고 발탁 선수들조차 의아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선수와 C선수 역시 지난해 2위에 랭킹점수를 크게 앞서며 랭킹 1위를 지켰지만 선발전에서 랭킹 2위에 져 국가대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B선수는 "대회 이틀 앞두고 손가락 부상으로 라켓을 제대로 쥘 수조차 없었다. 지난해 상대 선수를 만난 모든 대회에서 단 1게임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기량에서 차이가 났다"며 "국가대표 선발전에 승복할 수 없고, 지금이라도 선발 기준을 바꿔 합리적으로 재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선수는 "선발전 당일 '랭킹 2위를 위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선발 기준이 발표됐을 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부분이 두고두고 남는다"고 털어놨다.

A·B·C선수와 같이 국내랭킹 1위가 선발전 1경기로 명암이 갈린 사례는 남녀 모두 10명으로, 1차 국가대표 선발 20명 중 절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고를 통해 알린 선발 기준을 적용했다"며 "국가대표 선발을 두고 일부 선수들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장애인탁구는 국내대회는 물론 7월20일~25일 경북 문경에서 개최예정인 '2017 코리아 PTT 오픈'과 8월 중국 베이징 '2017 중국 아시아지역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