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변호사 '촛불시민혁명과 헌법개정' 강연회
내년 6월 개헌 약속 우려 목소리

기본권 강화 '행복 추구권' 격상

영장청구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국회의원 탄핵 제도' 도입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6월 헌법 개정을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도 이미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고리로 개헌을 공언해왔다.하지만 대통령제를 손질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개헌을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촛불 혁명을 이뤄낸 국민들의 여망은 '촛불정신을 헌법에 담아내야 한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공감하는 인천시민사회 대표활동가 15명이 지난 2일 인천 동암역 바보주막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촛불시민혁명 완수를 위한 '헌법개정실천 인천시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염성태 민주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황진도 평등학부모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민우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과 이총각 청솔의 집 대표가 공동대표단에 합류했다. 실무를 주도할 집행위원장은 인천행동하는양심 공동대표인 김재용 변호사가 각각 맡았다.

이 모임은 지난달 31일 김 변호사의 '헌법 개정 강연회'에서 출발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촛불시민혁명을 내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며 시민운동본부를 제안했다. 이에 공감한 시민활동가들은 2일 운동본부를 결성한데 이어 8일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김 변호사와 시민운동본부가 지향하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인지 그의 강연을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촛불시민혁명과 헌법개정' 강연회를 개최했다. 인천시민정치포럼, 인천행동하는양심, 네모회, 목요회, 인천노사모가 공동 주최했다.

강연에 나선 김재용 변호사는 "이번 개헌은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각지에 '헌법개정실천 시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시민혁명과 적폐청산의 과제

김 변호사는 이번 촛불시민혁명을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을 명시한 '헌법 전문 정신의 실천'이라고 규정한다. 4·19 혁명과 5·18 광주항쟁, 87년 6월 항쟁이 2017년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이는 헌법 제1조 제2항이 규정한 국민 주권의식이 고양된 결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제는 모든 국민의 귀에 익숙해진 이 조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재판으로 귀결됐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당연히 지난 9년의 적폐를 청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적폐청산 과제로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등을 꼽았다. 일본군 위안부 재협상, 사드배치 철회, 비정규직 해소,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 재편, 전교조 합법화, 노동법원 설치, 개성공단 재개 등도 개혁과제로 지적했다.


◇헌법과 헌법 개정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9차 개정을 통해 자리 잡았다. 하지만 9차 개정 이후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새 시대에 맞는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헌법 개정은 국회나 대통령이 발의하지만, 국가의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온전한 권한'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개정이 가능하다.


◇국민주권시대와 헌법 개정 강화

-기본권 강화

김 변호사는 개정 헌법에 담아내야할 사항으로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특히 보충적 권리로 치부되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다른 권리와 동등한 지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문에 그치고 있는 제32조 '근로의 권리'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훈시조항에 그치고 있다.

이를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과 인간다운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개혁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가장 큰 문제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도록 헌법이 규정해 경찰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영장청구권도 주요 개선과제다.

현행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는 영장청구권을 검찰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는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함께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의 조항이다. 검찰의 권력 통제를 위한 견제장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 헌법 제89조 16호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을 선출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특히 "검찰개혁과 지방자치의 진정한 확대를 위해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법개혁

대통령이 3권 분립의 명제와 배치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권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위축 문제를 초래한다. 이를 법관추천회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권한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제도다. 박정희 시대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국정원개혁

국정원은 지금까지 국내 모든 분야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이를 통해 정치의 왜곡은 물론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왔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막걸리 보안법으로 지칭되는 독소조항을 폐지하는데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헌법 제19조가 규정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번 헌법 개정과정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공안사건에의 개입을 금지하고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안도 면밀히 논의해야 한다.


-정치개혁

정치 분야 중 이번 개정헌법에 가장 먼저 포함해야 할 조항은 국회의원 소환제다. 대통령이나 법관, 검사도 탄핵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만은 탄핵할 수 없다.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소환해 탄핵할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부통령제 도입과 결선투표제도 내년 헌법 개정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소수정당의 진출을 위해 중·대 선거구로의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


◇시민들의 실천과제

이번에는 반드시 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도 약속을 했고 국회에서도 개헌특위를 만들어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합의할 내용은 대통령 임기와 중임제에 한 두 가지를 끼워 넣는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새역사를 열어 놓은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촛불혁명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지역 차원의 헌법 개정실천운동을 벌여 개정되는 헌법에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야 한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




▲김재용 변호사는

인천행동하는양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용 변호사는 인천지역에서 오랫동안 노동인권운동에 헌신해왔다.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와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부의장, 인천민족민주운동연합 정책실장, 부평시민모임 총무 등을 역임했다.

2006년 마흔여섯의 나이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으며, 2014년에는 대한변협이 수여하는 청년변호사상을 수상했다.

오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헌법교육 강화방안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