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3위, 총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8위, 총 전기소비량 세계 9위, 총 유류 및 석탄소비량 세계 10위'.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명백한 후진국이다. 국가별 기후변화대응지수는 2011년 31위에서 2016년에는 최하위권인 54위까지 추락했다. 에너지 문제만큼 절박한 의제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에너지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때마침 지방정부들이 국가 에너지 정책수립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 24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다. 물론 에너지문제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심은 그동안에도 단체장들의 모임인 목민관클럽을 통해서 꾸준히 표출돼 왔다. 일례로 목민관클럽 민선6기 18차 정기포럼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경기도가 관심을 쏟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에는 대폭 인상된 예산이 반영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의 저변에 에너지 문제가 갖는 광범위한 특성이 있다. 가령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39%)는 특정한 자치단체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생산은 특정 지역에서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생산지역에만 가둬둘 수 없다. 지역 간 발생하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도 문제다. 소비량이 높은 경기도와 서울은 전력 자급률이 매우 낮은 대신, 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화력발전소는 충남과 인천 등에 있다.

이처럼 에너지 문제는 특정 도시의 문제가 아닌 전국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이지 국가가 독점할 의제가 아니다. 그동안의 고민과정에서 축적한 지방정부들의 노하우도 소중한 자산이다. 2010년 대비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 2015년까지 11% 절감을 달성한 노원구 같은 사례도 있다.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이것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 나가려는 고민과 노력이 이미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에서 시도돼 왔다. 에너지 정책수립에 지방정부가 참여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