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중단 요구,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에 해당
트럼프 강력부인해 공방 불가피…여론-의회 대응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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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5개월 만에 최대위기에 봉착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다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상원 정보위 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압력을 공식으로 폭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9일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것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미 언론은 코미 해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미리 공개한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에서 '손을 떼달라'(let go)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사의 구름을 걷어내려면 뭘 할 수 있느냐'는 물음도 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는 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코미 메모'의 핵심 의혹들이 코미 전 국장 본인의 육성으로 직접 확인된 셈이다.

코미 전 국장의 발언이 액면 그대로 전부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대부분 헌법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법 방해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이 직면했던 중대 범죄로,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결국 사임한 리처드 닉슨 및 르윈스키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요구가 사법 방해에 따른 정상적인 범죄 기준을 충족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백악관도 수사중단 요구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 간의 진실공방과 더불어 여야 정치권의 지루한 갑론을박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4일 성인 5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보호를 위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던 코미 전 국장을 전격으로 해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정치권에선 야당인 민주당 일각에서 이미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탄핵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공화당의 저스틴 아매쉬(미사간) 하원의원은 최근 만약 수사중단 요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코미 전 국장의 이번 증언을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연방의회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CBC) 소속 알 그린(텍사스) 하원의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별개로 미 정치권의 탄핵론이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적국'인 러시아에 대해 시종일관 우호적 태도를 취해 거센 비판을 받은 데다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으로 취임 직후부터 계속 발목이 잡혀 왔다.

그러다 지난달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면서 수사 방해 논란을 자초했고, 이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중단을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