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골재 인증기준 마련 '품질 신뢰성' 확보 시급
▲ 인천시 중구 삼익아파트 주민 정동준 씨가 두산건설이 불법 야적한 가루·덩어리 형태의 폐아스콘을 가리키며 비산먼지 발생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폐아스콘에 방진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것과 펜스 위에 방진망이 찢겨진 것을 볼 수 있다. 펜스 뒤로 보이는 건물이 삼익아파트다.
순환골재의 품질 논란은 1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6일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일반아스콘 품질 기준은 한국산업표준(KS) 인증 기준을 따르며 편·장석 함유량이 낮을수록 우수 등급(1~3등급)을 받는 방식이다. 편석이나 장석이 있으면 골재가 쉽게 뚫리고 깨져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포장공사엔 1등급 아스콘이 사용되고 있다.

순환골재는 다른 품질 기준이 적용된다. 우수재활용제품(GRㆍGood Recycled)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며 등급은 매기지 않는다.

박주홍 연합회 수석연구원은 "순환골재를 사용하려면 발주처 등 소비자와 사전에 순환골재 비율을 어떻게 정할 지 '배합설계' 협의를 해야 한다"며 "연합회에선 배합설계 결과를 갖고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이와 갱지를 같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일반아스콘과 순환골재를 동일하게 볼 순 없지만 품질 면에선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스콘업계에서도 전체 아스콘 가운데 순환골재 사용률이 70%가 넘는 일본 사례를 들며 이미 해외에선 순환골재와 일반아스콘 간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입증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맞서 순환골재가 품질이 좋지 않아 '포트홀(도로에 난 구멍)'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면 순환골재 품질이 일반아스콘 품질과 같을 수가 없다"며 "순환골재가 쓰인 도로에서 포트홀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순환골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박정호 전 한국건설자원협회 기획조정실장은 '순환골재 관련 정부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언' 논문에서 "순환골재 KS 인증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순환골재 원료인 폐아스콘에 대한 '유해물질'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1년 서울 노원구 도로 철거작업에서 나온 폐아스콘에서 허용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세슘)이 검출돼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사례가 있었다.

2003년엔 당시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이 경부고속도로 수원 구간에 쌓인 폐아스콘을 채취해 시험 분석한 결과 토양오염우려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한 아연 등 유해 중금속이 다수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글·사진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eh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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