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일부

5월 마지막 주말부터 연이어 인천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오르내렸다. 뉴스를 보던 나는 참담했다. 지역축제에서 구청장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생뚱맞은데, 한복을 입은 유치원 원장들이 줄줄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구청장이 흥에 겨운 나머지 노랫소리가 커질수록, 원장님들의 화려한 치맛자락이 바닥을 쓸며 이리저리 흔들릴수록 내 얼굴은 점점 더 화끈거렸다. 정녕 이것이 문화 가치창조를 부르짖는 300만 광역시 인천의 모습이란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다른 지역 작가들로부터 어떻게 된 거냐고 카톡이 날아든다. 카카오톡이 카톡댈 때마다 소리가 부리가 되어 아리게 머리를 쪼는 기분이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그 축제가 엉터리 역사왜곡까지 하고 있는 축제라는 말은 차마 뱉을 수 없었다. 어디로든 숨고만 싶었다.

그랬는데, 그 붉어진 얼굴이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엔 근대산업유산인 100년도 넘은 건물을 철거하고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또 다른 구청장이 등장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철거현장으로 달려갔고 어떤 이는 철거를 막기 위해 건물에 올라섰다.

방송국에서 출동했고, 철거를 중지하는가 싶었는데 인천시의 지시도 무시한 채 모두 부쉈고, 폐허를 만들었다. 설마설마했다. 어떻게 이렇게 손쉽게 주차장과 산업유산을 맞바꿀 수가 있을까.

갑 오브 갑! 무소불위의 구청장들이었다. 철벽에 부딪친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구청장이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인식은커녕 추억이 없어 저렇게 부수는 거라고 했다. 누군가는 조용히 살고 싶은데 세상이 날 조용히 살게 내버려두질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가 집약된 중구와 동구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황망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이럴 땐 나도 센 펀치를 날려주고 싶었다. 영화 <세븐>의 대사가 떠오른다. 헤밍웨이가 말했죠.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고. 난 후자에 동감합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