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현 주안지구대 순경, 위험운전 신고 받고 출동 … 교통사고 막고 집까지 에스코트
"지구대 소속 경찰이라면 여러 위급상황을 겪기 마련이지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이런저런 상황을 가르쳐 주셔서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어요."

지난달 말 새벽녘. 인천 남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 한 대가 오락가락 위험천만한 주행을 반복하고 있었다.

도화 나들목(IC)에서 근무하던 인천 남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소속 문호현(29) 순경에게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2시10분쯤이었다.

"신고를 받자마자 이동해보니, 택시 한 대가 바로 정차하지도 못할 정도로 위험하게 운전하더군요. 처음에는 졸음이나 음주를 의심했어요. 그런데 기사님이 멍하시더라고요. 음주측정에도 정상으로 나오니 이상했지요."

혹시나 하고 던진 질문이 곧 답이었다. 문 순경이 '혹시 당이 있으시냐'라고 묻자, 기사는 간신히 그렇다고 답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조절에 장애를 갖고 있다.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문 순경은 긴급 상황이라고 보고 직접 택시를 운전해 편의점으로 이동한 뒤 초코우유와 사탕을 사서 기사에게 건넸다. 119도 곧바로 불렀다.

"구급대원께서 오셔서 혈당을 확인하니 저혈당 수치가 나왔어요.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는데, 본인께서 혈당 수치만 회복하면 괜찮다며 사양하시더군요. 그래서 집까지 모셔다드리고 현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자칫 큰 교통사고와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은 그렇게 종결됐다. 문 순경은 지구대 경찰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장 경험이 있는 경찰이라면 당연히 알 수 있지요. 저도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도 있고요. 저희 지구대와 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와 상황을 공유하며 조치한 결과입니다."

문 순경은 지난 2014년 12월 주안지구대로 첫 발령을 받아 올해 1월 주안역지구대로 자리를 옮긴 3년차 경찰이다. 주안 일대 현장이라면 이제 충분히 익혔을 만한 연차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던 문 순경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경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와서 확신을 갖고 1년 반 정도 공부했어요. 현장에 나와 보니 꿈 꿀 때와는 달리 현장 근무자들의 고충이 대단했어요. 우리 지구대에도 묵묵히 소임을 다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는 지구대에서 현장 근무자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해병대와 특전사 출신이 자부심을 갖는 것처럼, 어려운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좋은 사람만 만나면 좋겠지만, 업무 특성상 아닌 분들을 많이 만나요. 마찰도 많고, 인격적으로 모욕당하기도 하고요. 어려운 상황이라도 현장 근무자들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앞으로 친절하고, 정의롭고, 사람 냄새나는 경찰로 근무하고 싶습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