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백석대 교수
우리나라의 이혼과 재혼이 점점 보편화 되고 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해 이혼건수는 10만7300건이다. 평균이혼연령은 남자 47.2세, 여자 43.6세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연령별 이혼 구성비는 40대 후반(18.7%), 40대 초반(16.8%), 50대 초반(15.5%)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이혼은 감소하고, 20대 초반 이하와 50대 후반 이상의 이혼은 증가했다.

20년 전에는 혼인지속기간이 길수록 이혼이 감소했다. 최근에는 20년 이상과 4년 이하가 전체 이혼의 5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부가 제대로 결혼다운 결혼을 경험하기도 전에 갈등이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것 같다. 황혼이혼도 증가하고 있다. 부부가 좋아서 결혼을 선택했듯이 이혼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아동복지에 대한 안전망이 선진국보다 허술한 나라에서는 자녀를 양육하는 양육자의 몫이 고스란히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독일에서는 이혼 후 아버지나 엄마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서는 국가가 먼저 선지급을 해주고 나중에 받아내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아동은 지속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부모로 산다는 것은 직업을 구하는 데서부터 큰 난관에 부딪힌다. 이혼의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아이를 안전하게 맡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부족하다. 비싼 주거비 등으로 예전에 비해 생활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양육비마저 못 받는 한부모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도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는 경우 여성가족부의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양육비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양육비를 내지 않으면 월급에서 직접 차감되도록 하고 있으며, 구금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 부모는 삶의 롤 모델이다. 정신적인 가치이고, 삶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는 안전망으로서 자신의 우주다. 그런데 부모의 이혼은 이런 안전한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혼란스럽고 막막하기까지 만들게 된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한 내담자는 자신의 영혼이 구멍 난 듯 허전하다고 고백했다.

이혼의 과정에서 자녀들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지 않고 싸우고 헤어지면 자신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아직 자아가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해 부모가 싸운다고 생각한다. 이혼도 자기 때문에 한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녀들은 아동기에서는 대부분 분리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혼한 부모가 다시 재결합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양육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한편이 돼서 비양육자와 갈등관계가 돼 엄마(아빠) 편에서 대변하려고 한다.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를 수치스럽고 창피하게 여겨 비밀을 유지해야하므로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5년 동안이나 아이와 양육자인 아버지로부터 배제되어 앙갚음 때문에 아이를 만날 수 없었던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다시 아이와 교류할 수 있었다.
이혼소송에서 사건본인이라고 말하는 자녀는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법원에서는 자녀의 면접교섭 권리를 존중해 최대한 자녀의 복지와 주거권, 교육권,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의 기념일이나 명절, 안전한 환경유지, 친인척간의 관계유지, 여행, 휴가 등을 고려해 면접교섭을 하도록 한다.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들 앞에서는 목소리를 키우며 화를 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혼한 부모들이 자녀양육에서 만큼은 끝까지 책임을 지고 돌봐준다는 확신을 주어야 자녀들이 불안해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면접교섭시에도 부모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스파이 노릇을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전 배우자의 말을 전달하게 해서도 안된다. 부모는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한쪽 편이 되도록 압력을 행사해서도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 앞에서 서로 양육자나 비양육자에 대한 단점이나 안좋은 얘기는 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좋은 점들을 얘기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삶을 보며 사고나 가치, 행동에서 동일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기 때문이다.

양육에서만큼은 서로 협조자로 약속을 잘 지키며 감정적인 대립이 되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자녀를 통해서 배우자에게 앙갚음이나 복수를 하려는 원초적인 공격성이 나오는 것은 동물수준에 해당된다. 의사결정에서도 좀 더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방안들을 타협하고 모색하는 성숙된 태도를 보여야 자녀들도 그것을 지켜보고 배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은 하되 자녀양육에서만큼은 한 팀으로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는 성숙한 부모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