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만 극성...'상품'에서 '삶의 공간'으로 되돌려놔야
▲ 영종자유구역 실태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희환 박사가 신·구도심의 차별적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양준호 교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이 곳에 살던 주민들의 뼈아픈 희생을 딛고 조성됐다. 여기에 투자된 돈은 국민의 세금과 인천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공적 자금이다.

하지만 생계의 터전을 내어준 원주민은 대부분 푼돈을 손에 쥔 채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 나야 했다. 또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고, 구도심 주민들은 상대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경제자유구역을 차지한 것은 부동산투기꾼과 투자처를 찾아 떠돌던 자본이었다.

부평아트센터에서 최근 영종경제자유구역의 실태를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지역의 대표적 진보학자로 꼽히는 인천대 양준호 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그는 특유의 비판적 시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접근했다. 공공성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이 사업에 대해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냈다. 양 교수는 도시 재개발이 '토지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 온 '공간적 질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이 도시를 지배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차원에서 이를 통제하고 '공공적이며 민주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양 교수의 발제를 통해 진보적 입장에서 분석한 영종경제자유구역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매립 당시부터 투기지역으로 전락

영종지역에는 1970년 이후 해산물 양식사업이 장려(보호)산업으로 지정됐다. 그러면서 해산물 양식에 종사하는 어민의 생계를 위한 전형적인 '공유지'로 자리잡았다. 1996년 매립사업 시작과 함께 주민들에게 매립지 50평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이를 손에 쥔 주민들은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투기꾼들에게 팔아 넘겼다.

하지만 토지소유권이 투기꾼에게 넘어가는 순간 가격이 6-7배 이상 폭등했다. 영종은 이 순간부터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투기장으로 전락했다.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이 곳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07년이 되자 영종경제자유구역의 원주민 보유비율은 10~20%로 하락하고 말았다. 결국 '투기꾼이 어민을 잡아먹는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 영종경제자유구역의 공공성

인천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2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의 93.3%를 인천시와 한국토지공사가 부담한다. 민간자본과 외국자본 비율은 6.7%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종경제자유구역의 공공성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인된다. 또한 매립 이전의 갯벌은 본질적으로 공유지였다. 매립 이후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공공 소유의 갯벌이 사유지로 변질된 것이다.

● 인천시의 '경제자유구역' 모시기

역대 인천시장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시설, 입지, 교육훈련, 고용, 기업이전 등의 분야에 각종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국내기업과 동등한 금융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10년 간 외국인투자 누적액(도착기준)은 51억523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투자 총액의 5.3%에 불과한 액수다. 사업비 투자 금액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회수비율도 14.4% 수준이다. 오히려 이 같은 우대조치를 이용해 국내재벌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아울렛 사례(송도국제도시)
현대백화점은 먼저 말레이시아 국적 투자회사로부터 자본금의 10%(15억 원)를 투자받는다. 형식상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승인받을 수 있는 외형을 갖춘 것이다. 이어 '현대송도개발'을 설립한 뒤 2013년 4월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현대송도개발은 경제자유구역청과 수의계약을 통해 5만9193제곱미터를 인수했다. 그런 다음 모회사인 현대에 이를 임대해 주고, 현대는 이곳에 아울렛을 열어 성업 중이다. 인천시의 우대조치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사례다.

● 영종경제자유구역의 부동산 위주 개발

영종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기업(2016년 8월 기준)은 모두 11개다. 이 중 5개가 물류와 항공업체이고 서비스, 교육, 반도체가 각각 1곳씩 입주했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 업체 3곳이 들어와 운영 중이다. 공항과 연계된 5개 업체를 빼면, 나머지 6개소 중 절반을 부동산 개발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 36억 달러 중, 개발사업으로 신고한 액수도 32억 달러에 이른다. 총 사업비 8조5천억 중 6조6천억 원도 개발사업 관련 자금이다. 외국인 투자의 88.6%, 총 사업비의 77.8%가 부동산개발과 관련된 곳에 들어갔다. '동북아비즈니스 거점 구축'이라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부동산 개발만 남게 된 것이다.

● 경제자유구역 왜곡된 정책 결정 배경

경제자유구역이 외국인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태에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국내의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 내 토지를 싼값으로 매입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된 탓이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확대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역의 유력인사로 구성된 시민조직, 즉 '지역성장연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의 공권력과 결합해 '관민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이들은 '초과이윤'을 보장하는 '기업주의적 도시'를 지향한다. 이를 토대로 이른바 '조찬 모임' 등을 통해 금융자본을 깊게 관여시킨다. 그 결과, 경제자유구역의 도시개발은 합리적 계획과 조정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 해결방안의 모색

도시재개발과 신도시 건설은 기존 거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생산한 '공동적 가치'의 상실로 이어진다. '삶의 공간'이 자본에 의해 '상품'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도시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새롭게 형성된 공간은 지역을 장악한 자본집단에 의해 배타적으로 소유되고 활용되고 만다. 이를 시민차원에서 통제하면서 보다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대안도시를 구축해 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도시 공간을 '공동화(Commoning)'하는 실천적 노력이 중요하다.
'도시권 되찾기 운동'의 첫걸음으로 '집단적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을 사적으로 영유되지 않도록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