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방지 덮개도 없어 주민들 창문 못 열고 피해우려 증폭
▲ 주민 정동준씨가 방진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폐아스콘 가루와 덩어리를 가리키며 비산먼지 발생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방진벽을 살펴보면 펜스 위에 망이 찢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진벽 뒤로 보이는 아파트가 삼익아파트다.
26일 인천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에서 골목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공사장 펜스들이 눈에 보였다.

부서진 펜스 사이로 보이는 공터엔 투명 비닐로 포장된 콘크리트 블록 더미, 녹슨 H빔·원통형 관, 폐비닐, 모래 등 수많은 건설 자재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엔 '정리정돈 잘된 곳에 안전사고 사라진다', '제2외곽순환(인천~김포) 고속도로 1-1공구'라고 적힌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가 방치돼 있었다.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펜스 쪽에선 삽차 1대와 인부 3명이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석탄가루처럼 보이는 '검은색 가루'를 삽차에 달린 삽으로 떠서 덤프트럭에 싣는 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취재가 시작되자 삽차와 인부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검은색 가루의 정체는 '폐아스콘'으로 불리는 폐아스팔트 콘크리트였다.

두산건설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건설 공사와 관련해 일반도로를 철거하면서 발생한 폐아스콘을 임시로 쌓아둔 것이다. 폐아스콘 형태는 가루에서 바위 크기만 한 것까지 다양했다.

전날 현장을 단속한 중구는 80t 정도의 폐아스콘이 적치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민 정동준(65)씨는 "몇 달 전부터 야적장이 운영돼 왔다"며 "폐아스콘을 싣고 나간 25t 덤프트럭이 내가 본 것만 해도 수십대다. 수천에서 수만t의 폐아스콘이 쌓여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바람이 심하게 분 어제 같은 경우 폐아스콘 가루가 날려서인지 하늘이 새까맣게 변했다"며 "혹여 진폐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 평소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고광임(69·여)씨는 "전날 약초 뿌리를 말리려고 잠깐 창문을 열어놨는데 황사가 없는 날이었음에도 이상하게 실내 공기가 탁한 느낌이 들고 목이 아팠다"고 말했다.

현장의 비산먼지 관리 실태는 주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폐아스콘 가루와 비산먼지 발생을 낮추는 녹색 그물 형태의 '방진덮개'는 일부 모래와 폐아스콘에만 설치돼 있었고 덮개 없이 그대로 방치된 폐아스콘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비산먼지가 불과 22m 앞에 있는 아파트 창문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마지막 보루 '방진벽'은 펜스 위에 설치된 망이 대부분 찢겨진 상태였다. 덤프트럭 바퀴를 씻는 '세륜시설'과 작업 시 비산먼지를 최소화하는 '물뿌림시설'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이 그동안 폐아스콘 가루와 비산먼지의 위험에 노출돼 왔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아스콘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중금속과 유류가 섞여 있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라며 "아파트 코앞에 쌓아 놓은 폐아스콘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eh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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