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없이 연쇄이전 논의...대통령 공약과도 엇박자 심각
해양 관련 기관을 부산으로 몰아주는 정책이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걸로도 모자라 새로운 불균형을 낳고 있다. 지역별 특성이 감안되지 않은 채 '연쇄 이전' 논의가 불거지면서 혼란만 커지고 있다. '환황해권 시대'를 연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도 엇박자가 난다. ▶관련기사 3면

부산시는 최근 해사법원 유치를 위한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인천에 청사와 연구단지를 두고 있는 극지연구소를 이전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해양특별시 승격'까지 요구한 부산의 공세적 행보다.

부산에는 해양 관련 국가기관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미 옮겨졌고, 오는 9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부산으로 향한다. 지난 2012년에는 인천에 있던 국립해양조사원도 부산으로 떠났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균형발전 차원에서 분산한다는 취지였다. 국가기관뿐 아니라 올해에는 유엔 산하 세계수산대학도 부산에서 개교한다.

삼면의 바다를 아우르는 해양 기관이 부산에 집중되는 사이에 서해 바다는 역차별을 맛봤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물동량의 60%를 담당하는 인천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조사원 이전에 이어 해양경찰청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횡포를 부리는데도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기능이 축소된 채 세종시로 옮겨갔다.

해양 기관의 '부산 싹쓸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설립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해사법원을 두고 부산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경을 인천에 주고, 해사법원을 가져오자"는 주장마저 공개적으로 나온다. 역시 해사법원 설립을 요구한 인천시는 극지연구소 방어에도 급급한 형국이다.

동남권에 편중된 불균형은 지역 갈등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수도권인 인천을 후순위로 밀어놓고, 영호남을 고려한 '투 포트(부산항·광양항 중심 정책)' 전략이었으나 점점 부산 독점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환황해권 시대'의 앞날도 어두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해양주권을 지키고, 남북 교류를 바탕으로 환황해권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서해안 지역의 물류·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인천을 중심지로 삼는다는 전략이지만 무게가 실릴지는 미지수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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