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장 포퓰리즘·정부 부실관리 '혈세낭비' 현실로
▲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10개월만에 파산했다. 28일 오후 의정부시청역 인근에서 경전철이 레일위를 달리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3600억원대의 누적자를 감당하지 못한채 지난 26일 서울 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았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뻥튀기 수요예측'으로 결국 파산했다. 운행 5년이 되도록 예상승객의 20%에도 못 미친 의정부경전철 파산은 예견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포퓰리즘과 중앙정부의 부실한 관리로 수천억원의 혈세 낭비가 불가피해졌다.

# 지난 총선 경전철 공약 60여개
무분별한 경전철 '장밋빛 청사진'이 지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선거용 포퓰리즘 '경전철 남발 공약'은 여전하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경전철 조기 착공" "경전철로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경전철 관련 정책과 공약이 무려 60여개나 쏟아져 나왔다.

아직도 '역세권 개발호재' '집값 상승' 등 토목공사와 부동산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게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은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으나, 결국 이로 인한 대규모 손실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 '세금 먹는 하마' 오명 용인경전철
용인경전철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전철 건설에는 민간자본 6354억원, 정부와 지자체 예산 1304억원 등 총 1조32억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2010년 10월 공사를 마치고도 2년6개월 뒤인 2013년 4월에야 개통했다. 최소운영 수입보장(MRG) 계약으로 적자를 예상한 시가 사업구조를 변경하면서 개통이 늦어졌다.

그런데도 용인경전철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수송인원은 예측치의 15%에 불과한 2만5872명에 그쳤다. 용인시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총 1068억원을 이 사업 적자를 메우는 데 쏟아부었다. 관리 운영비와 민간 투자비 상환금 등으로 올해에만 43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용인시가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인해 남아있는 민간투자비 상환액은 27년간 415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 뻥튀기 수요예측의 후폭풍 … 경전철 운행 7곳
경전철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주요 원인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공약'과 함께 '잘못된 수요 예측을' 꼽을 수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1일 개통 첫해 하루 평균 7만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만여명에 그치는 등 예상의 20%에도 못 미쳤다. 연간 운영비용은 450억원에 달하는데 실제 수입은 150억원에 그쳐 운행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적자구조의 근본 원인은 뻥튀기 수요예측이다.

의정부경전철의 손익분기점은 하루평균 승객 12만명 선이다. 2012년 첫해 하루평균 7만여명을 시작으로 매년 1만여명씩 늘어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민간자본 52%와 국비·도비·시비 등 48%를 합쳐 모두 6767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환승할인에 힘입어 승객 수가 3만5000여명까지 늘어났지만 12만명에는 턱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현재 운영 중인 전국 경전철은 의정부를 비롯해 용인, 인천지하철 2호선, 부산김해 등 7곳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분별한 경전철 사업은 단체장의 '치적 쌓기 용'으로 과대 포장된 수요예측을 토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며 "거액의 혈세만 낭비하고 이렇게 사업이 넘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