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남동소방서소방장
며칠 전 아이들과 '용감한 소방차 레이'라는 만화를 보고 있을 때였다. 매번 그러하듯 레이와 그 친구들이 온갖 악당의 방해 속에서도 화재현장을 척척 해결해 가는 모습에 아이도 소방관인 나 역시도 무척 통쾌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많이 다르다. 만화 밖으로 나온 현실의 악당들은 여러가지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로 인해 화재진압의 생명수로 여겨지는 소화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방용수시설 주변을 공사할 때 인근 소방관서나 관계기관에 사전통보 없이 작업을 진행하다 매몰시키기도 한다. 운전부주의로 소화전을 파손하는 사례도 있고, 심지어 불법으로 소방용수시설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관구캡이라는 일부 부속품을 갖고 가는 등 이 모든 것들이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화재의 대부분은 물을 이용해서 소화한다. 소방차량의 물은 무한히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인근 소화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다른 119센터 등에서 소방차가 출동해 물 지원까지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화전 5m이내는 주차금지선이 없더라도 도로교통법 제33조(주차금지의 장소) 규정에 의거 과태료가 부과되는 금지구역이다.

주변 공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사전 관계기관이나 소방관서에 통보하고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소화전은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기에 그 중요도나 필요성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재진압에 있어 소방용수 확보를 위한 소화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설의 하나인 만큼 평소 관심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만화의 레이처럼 악당의 방해쯤 변신 한번으로 멋지게 이겨내고 싶지만 현실의 소방차 레이에겐 우리의 시민의식 개선만이 유일한 해결방안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