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태군, 유학 후 국내 학습방식 적응 어려워 '독학' 결심
검정고시 합격·토익 980점 등 성과…영어 멘토 활동도 눈길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자유롭게 공부하니 능률도 오르고 지금처럼 '멘토'도 할 수 있었어요."

매주 목요일이면 남구 학익동 평생학습관에 남학생 두 명이 모여 영어로 대화하며 공부한다.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교재를 훑어보며 빨간 펜으로 밑줄치며 질문에 대답한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며 멘토를 자처한 친구는 바로 김원태(18)군이다.

김군은 중·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패스한 고집 센 '공부벌레'다. 6살 되던 해 네 가족은 조기유학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 8년 뒤 돌아와 중학교에 입학한 김군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미국과는 전혀 다른 수업 분위기에 주눅 아닌 주눅이 들어버린 것. 그는 "미국에선 자유롭게 질문도 하고 친구들과 토론해서 수업이 즐거웠는데, 여기선 선생님과의 대화조차 어려울정도로 삭막하고 억압받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를 입학한 뒤 달라질 줄 알았지만 답답함은 여전했다. 결국 2학년 시작할 무렵, 그는 또다시 '학교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는 학교에서 시간을 버리느니, 본인에게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학창시절은 미국에서 보낸 게 다라서 추억이 없는 게 아쉽지만 자퇴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검정고시 영어·수학 100점, 토익 980점'. 그가 독학으로 이뤄낸 성적이다. 김군의 선생님은 부모님이 돼주셨다. 모르는 것은 기꺼이 공부를 해서라도 해결해줄 정도로 아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가 비슷한 처지의 동생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본인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공감하며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로 인해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더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이요? 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군. 스스로 손재주가 있다며 웃어 보인 그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물하는 '착한 발명가'가 되고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