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기억 잃고 검찰 송치 … 세밀한 조사로 진실 밝혀
"사고 충격으로 목이 부러지고 정신을 잃어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처벌받을 상황이었습니다. 검사님이 과학적인 수사와 분석으로 진실을 밝혀주신 덕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변창범 부장검사)는 최근 자전거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던 A씨의 감사 편지를 25일 공개했다. A씨는 이 편지에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 준 민경재(사법연수원 45기) 검사와 담당 수사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사연은 이랬다. 올 1월 계양구 아라뱃길 자전거도로에서 마주오던 자전거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A씨는 목뼈가 부러지고 기억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불편한 몸과 끊어진 기억을 붙잡고 경찰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구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상대방과 자신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한 탓이 컸다. 억울한 사고를 넘어 자칫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할 위기에 빠진 셈이다.

A씨를 구한 건 검찰이었다. 민 검사는 현장 사진, 도로교통공단의 분석, 자전거 이용자들이 경로 추적과 속도 기록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앱 '스트라바(Strava)'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이 과속으로 중앙선을 넘어 A씨를 들이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편지로 '직접 전화 주셔서 사건 진행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주시고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해당 수사를 맡았던 민경재 검사는 "사건 관계인에게 감사편지를 받은 건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다"며 "많은 피의자가 억울함을 표시하는데, 진실을 밝힐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