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도 농가, 가뭄에 모내기 못하고 안절부절
"수확 앞둔 작물도 걱정 … 소방용수 턱없이 부족"
▲ 심한 가뭄에 인천지역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25일 물을 채우지 못해 모내기를 못하고 있는 중구 용유도의 논.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이번처럼 물이 부족한 적이 없었어. 모내기는 절반도 못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수확을 하더라도 요즘 값도 제대로 받지도 못해. 양수기 돌리면서 전기 값은 한 두 푼이 아닌데.. "

25일 오전 인천 중구 덕교동 인근의 한 농가.

채수익(67)씨는 약 5만2892㎡(1만6000평)의 농경지 가운데 1만6528㎡(5000평)만 모내기를 마쳤다. 남은 논에도 모내기를 하고 싶지만 물이 없어 모판을 심기가 여의치 않다. 10여 년 전 뚫은 지하수 관정이 있지만 지하수가 메마른지 오래다. 지난해 겨울부터 눈이 오지 않은 데다 최근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씨는 "용유도가 지하수를 가둘 수 있는 지형도 아니고, 해변가 주변 관정에서 퍼 올린 물은 염분이 높아 농업용수로 쓰기 어렵다"면서 "다음 달 10일까지 모내기를 마치지 않으면 이양하지 않은 모판이 마르거나 썩을 수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용유도에는 채씨처럼 1만6528㎡(약 5000평) 이상 3만3057㎡(1만평) 이하 농경지에 벼농사를 하는 농민은 약 20명이다. 1652㎡(500평) 등 소규모로 농사를 하는 주민들은 100명이 있다.

모내기철이 본격 시작됐지만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이 심하면서 모내기조차 힘든 곳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밭작물 수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강수량은 작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5월 인천 강수량은 319.3㎜였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동안 비는 125.1㎜만 내렸다.

상황이 이렇자 밭작물 수확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용유도에서 농민들은 감자와 양파, 마늘 등을 보통 다음 달 하순쯤 수확하는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상품 크기가 평균보다 작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벌써부터 수확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모내기할 물마저 부족한 상황에 밭작물에 물을 댈 수가 없어 농민들은 한숨을 짓고 있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가뭄 대책으로 소방용수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모내기할 논에 어느 정도 물이 있는 상태에서 소방용수가 공급되면 효과가 있지만 물이 아예 없는 논에 적은 양의 물을 뿌려봤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정제섭 영종·용유농업인상담소장은 "지하수 관정에 물이 말라 급하게 20t 급수차량을 쓰더라도 1대당 60만원이나 든다"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관정 개발 등 가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