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아닌 전체 이전 건의 노골적인 욕심...'인천 극지허브 계획'에 딴지
인천에 자리한 극지연구소를 노리던 부산시가 노골적으로 지역 갈등을 부추기며 정부 정책을 흔들고 있다.
극지연구소를 쪼개 제2연구소를 가져가려던 부산시는 아예 극지연구소를 통째로 이전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인천을 '극지 허브'로 삼은 정부의 중장기 계획마저 뒤엎는 시도다.

부산시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극지연구소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기관이고, 현재 경기도 안산에 있는 KIOST가 오는 9월 부산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극지연구소도 함께 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극지연구소에 눈독을 들였던 부산시는 수년 전부터 정부의 극지 정책을 흔들었다. 2006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극지연구소가 둥지를 튼 뒤로 줄기차게 '부산 이전'을 주장해왔다. 정부가 2009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극지연구소를 제외하고, 2013년 신청사와 연구단지를 조성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시는 최근 독자적으로 2만3000㎡ 부지에 '극지타운'을 만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해수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제2극지연구소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 모두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일보 5월3일자 1면>

정부는 이미 인천에 극지 연구 기능을 확대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해수부는 지난달 '제3차 남극 연구활동 진흥 기본계획'(2017~2021)을 통해 극지연구소 옆에 산학연 협력관을 세우기로 했다. 인천시가 무상 제공하는 극지연구소와 산학연 협력관 부지를 합하면 4만6204㎡로 부산 극지타운의 2배 규모다.

부산시의 갑작스러운 이전 요구에 당사자인 극지연구소도 당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정작 연구소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극지연구소는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이미 청사와 연구단지까지 조성했다"며 "KIOST의 다른 기관은 내버려두고 극지연구소 이전만 요구하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재덕 시 해양항공국장은 "최근에도 해수부를 방문해 극지 관련 업무를 협의했다"며 "대선 과정에서 '해양수도'를 강조한 부산만의 욕심"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그나마 부족한 인천의 공공기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