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줄었는데 진료수입은 전년보다 54% 늘어 … 현지수준 열악한 '러시아·카자흐스탄' 중병치료 영향, 병원별 홍보·객관적 자료 구축·결합상품 개발 필요
▲ 러시아 극동·시베리아지역 의료관광 에이전시 방문단이 인천의료기관과 주요 관광지를 시찰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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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의료관광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은 공항 인근의 지리적 조건과 대도시 대비 저렴한 치료 비용, 한적한 도시 환경 등이 의료관광 도시로서 장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2009년 4400명에 불과했던 의료관광객은 2014년 1만7701명으로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2015년 1만6153명으로 줄고, 2016년에는 1만3100명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외국인 환자 유치율도 전국의 3.6%로 하락해, 수도권인 서울(59.5%)과 경기(15.1%), 광역시인 대구(5.8%)와 부산(4.8%)보다도 뒤처졌다.

2014년 광역시 중 1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타격이 크다.

인천 의료관광에 경쟁력을 실어줄 특화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일부 의료관광 관계자들은 인천이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을 펴고, 해외 박람회 등에서 병원별 의료시설 홍보와 환자 유치를 타지역 이상으로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1인당 평균 의료지출액이 높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고부가가치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 의료 관광 실태나 만족도 조사 등의 객관적 자료를 구축하는 노력과 동시에 서비스 정책 개발,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콘텐츠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지역 특성을 담은 의료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웰니스와 관광인프라를 연계한 의료관광객 유치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중앙亞 고부가가치시장, 해법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인천의 외국인 환자 수는 1만6153명으로, 전년 1만7701명보다 8.7%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진료수입은 224억원으로 전년보다 54.0% 늘었고,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39만원으로 전년 대비 68.8%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환자들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5년 인천의 외국인환자 가운데, 러시아 관광객(1580명)은 9.8%로, 1위인 중국(4622명, 28.6%) 다음으로 많다.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733명, 4.5%)도 주한미군의 영향으로 3위인 미국 (1540명, 9.5%)의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환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열악한 현지 의료수준 때문이다.

가령 암의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발병 여부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발병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치료 확인이 가능하다.

암이나 심장질환 등 중병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들은 체류기간이 길고 지출도 큰 편이다.

러시아 환자의 1인당 평균 의료지출액은 380만원, 카자흐스탄은 461만원으로 중국(181만원)보다 2배 이상으로 높다.

단기간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방문해 간단한 피부 미용시술을 받는데 그치는 중국보다 고부가가치 시장인 셈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한 시장 전략이 인천 의료관광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천의 한 관광전문가는 "러시아 극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인천의 주요 시장으로 육성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전세계적으로 의료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다각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인천 의료관광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피스노브 이고 영화감독 "고국서 불가능한 수술 받아" 만족
카자흐스탄의 영화감독 겸 TV 프로듀서인 피스노브 이고 씨(53)는 인천 의료기관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저렴한 비용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고국에서 불가능한 수술을 받기 위해 5월1일 인천에 왔다.
2년 전 장중첩 증상으로 인공항문을 옆구리에 만드는 수술을 받은 그는 1년 후 정상항문으로 복원해야하지만 현지 병원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러시아도 수술이 불가능하고, 독일에서는 가능성이 50%라는 답변을 얻었다. 이스라엘은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다.
그때 한 지인의 권유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 문의한 결과 수술이 어렵지 않다는 답변이 왔다. 비용도 합리적이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한국에 온지 2주 만에, 수술을 받은지 1주 만에 몸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고 씨는 "전문팀이 꾸려져 관리를 한다는 점이 좋았다. 수술이나 검사를 받을 때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없이 계획에 따라 이뤄졌고, 검사도 2일 만에 빠르게 진행됐다"며 "고향에 돌아가 한국과 인천의 의료에 대해 많이 홍보하겠다"고 전했다.

-베라 바호니나 베르날 대표 "국제 경쟁력 높아지고 있어" 기대
러시아 최대 의료관광 에이전시 베르날의 베라 바호니나 대표는 "인천은 한적한 도시분위기와 함께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12일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을 시찰차 들렀다.
8000명 이상 환자를 해외로 송출한 바로니나 대표는 환자의 송출 규모보다 만족도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좋은 평가가 또 다른 손님 유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병원보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병원을 선호하게 된다"며 "인천은 그에 해당하는 다수 병원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인하대병원, 세종병원과는 2009년부터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의료 수준에 공항과 가까운 인천은 위급한 환자들을 신속히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협력센터를 통한 빠른 수속이 가능하고, 외국어 가능 인력은 물론 국가별 잡지, 환자식이 준비되는 등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덧붙여 전했다.

-이수찬 부평 힘찬병원 대표원장 "수요자 중심 … 불만 최소화" 주문
부평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은 "인천 의료관광이 더욱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의료수준이 낙후돼있는 키르기스스탄과 러시아 사할린을 방문해 현지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진행하고, 환자들을 인천에 유치했다.
그는 "의료관광은 일종의 수출과 같다"며 "향후 외국인 환자는 지속 늘어나겠지만 한국 병원들은 환자 유치 여부보다는 환자들의 만족도를 확인하고, 불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천의 의료관광이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넘어, 동남아와 중동지역으로 조속한 시장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환자들은 자국에서 가깝지만 한국보다 의료비가 3~4배가량 비싼 싱가포르를 찾는 추세다.
그는 "이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이유는 이슬람 국가로서 문화적 이질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인천에 다양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별로 환자를 관리하고, 많은 종류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주문했다.

/글·사진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