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립민속박물관의 김 모 학예연구원이 필자를 찾아왔다. 내민 명함에는 '인천민속문화의 해 사업 도시민속 조사담당'이라고 적혀 있다. 이 박물관은 '2019 인천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인천지역 공단', '강화도 선두포', '옹진군 연평도' 등의 민속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그 결과물을 사진전과 보고서로 남기고 조사 콘텐츠를 지역민과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인천 지역의 도시민속에는 '공장'이 포함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다루지 않은 독특한 주제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인 인천의 공단은 개항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조사는 인천 공장 노동자의 구술 채록과 자료 수집을 통해 그들의 생활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필자가 태어나 자란 곳은 동구 송현동이다.

사방에 커다란 공장들이 즐비했고 높다란 굴뚝에서는 온종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네 어른들은 대부분 공장 노동자였다. 인천 여느 동네의 상황은 이와 비슷했다. 공장과 노동자를 빼놓고 인천 역사를 얘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한 수집과 기록 그리고 조명하는데 소홀했다. 민속박물관의 조사 기획서에는 기억에서 희미한 공장들이 적혀 있다. 동일방직, 반도상사, 대한제분, 풍국제분, 인천제철, 인천양조장, 대한성냥, 일진전기, 대성목재, 동국제강, 동양레미콘, 콜트악기, 삼익악기, 영창악기, 미성가발양행, 한독상사 등.

이 원고를 쓰던 중 어이없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송월동 남경포브아파트 옆에 있는 벽돌식 건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906년 설립한 '인천전기주식회사'의 창고였고 후에 현재의 애경그룹 모태가 된 비누공장의 시설로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건축물이다. 독특한 외형으로 사진가들의 단골 피사체이기도 하다. 중구는 이것을 헐어내고 송월동 동화마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얼마 전 중구 내에 있던 동방극장, 조일양조장 등 근대문화유산급 건축물이 손쓸 새도 없이 헐리고 주차장이 들어섰다. 저들에게 '민속'은 그저 낡은 것,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관광과 상권 활성화를 앞세워 역사 공간을 무참히 부수는 '반달리즘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