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행정 비난…일부 문학인 "갈등 예견 됐는데 결국 상처로 남아"
'한국 문단의 대표 시인' 고은(83) 시인이 문학계와 주민과의 갈등으로 수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수원시에 대한 여론이 따갑다.

고은 시인 지원, 상수원보호구역(비상취수원) 해제 등 두개의 정책을 수원시가 주도하고도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수원시, 지역 학계 등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지역 문학인들의 반발에 이어 광교산 주민들의 퇴거 요구까지 일자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 시인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현 상황은 창작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원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기에 어렵다'는 입장을 지인에게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와 지역 학계 등은 지난 17일부터 고은 시인이 수원을 떠나는 것을 우려해 전화를 하거나 자택을 방문하는 등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만류에도 고은 시인의 심경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학계와 일부 문학인들이 고은 시인을 지키기 위해 '청원운동'까지 구상했지만, 정작 고은 시인이 "하지 말라"며 만류한 상태다.

학계 관계자는 "정책과 주민갈등은 문학, 그리고 고은 시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대책 중 하나로 청원운동을 계획했는데 고은 시인이 부담감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선지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의 이주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2013년 고은 시인을 모셔와 놓고 많은 갈등을 낳게 한 수원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시는 고은 시인을 지원하기 위한 갖가지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문학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논의과정을 밟지 않았다.

자택 위치의 경우에도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로 주민 불만이 가득했던 광교산(상광교동) 일대로 정한 탓에 지역 문학인, 주민 모두에게 갈등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를 내세웠지만 정작 수백명의 지역 문학인이 창작활동을 할 기반시설 조차 없었다. 반면 시는 고은 시인이 중심이 된 '고은 문학관' 건립 등 지원정책을 강행해왔다.

결국 차별감을 느끼던 지역 문학인들이 단체로 반대운동에 돌입하면서 고은 시인이 수원으로 오자마자 되레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문학의 거목'인 고은 시인은 당시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후 시가 지역 문학인을 지원하는 등 '달래기'에 나서면서 문학계와 갈등은 진정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절차를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환경부로부터 제동 걸리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지역 한 문학인은 "애초부터 고은 시인 이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예견됐는데도, 시가 '불소통'을 거듭하며 각종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 본다"며 "신중한 검토과정만 거쳤어도 고은 시인이 상처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