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치인·법조계 목소리만 … 정치권·지역사회 단일대오 부산에 뒤처져
해사법원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해양특별시'를 구호로 내건 부산은 해사법원 설립에 힘을 싣고 있다. 출발점부터 인천은 한발 뒤처졌다.

해사법원은 수년 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설립 필요성이 논의됐다. 해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문 법원이 없는 탓에 법률 비용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외국의 중재나 재판에 기대는 비용만 연간 3000억여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됐다.

해사법원에 관심을 가진 지역은 해양도시인 인천과 부산이다. 부산이 한발 앞섰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변호사회는 '해사법원 신설 추진 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올 들어 부산시는 민관 합동으로 공청회를 열었다.

대선을 앞두고 인천도 해사법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는 '인천 발전을 위한 공약 과제'의 하나로 해사법원 인천 설립을 꼽았다.

"국내 해사사건 600건 가운데 400~500건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 물동량 전체의 60%를 인천이 담당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3월 말에는 인천시의회가 '해사법원 인천 설치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고, 인천지방변호사회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발을 맞췄다.

이종엽 인천변호사회장은 지난 4월21일 열린 한국해법학회 학술발표회에서 "해사법원은 국내 소송 당사자의 접근성과 해사 관련 국제기구 유치를 염두에 둔 편의성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국제적 관문도시인 인천이야말로 해사법원 입지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 해사법원 유치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을 양보하고 해사법원에 집중하자"는 부산지역에 주도권을 뺏기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부산지역이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단일대오로 해사법원 유치전에 나선 것과는 달리 인천의 경우 일부 정치인들과 법조계의 목소리만 나올 뿐 구체적인 움직임 없다는 지적이다.

해사법원 인천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있는 시는 공감대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다음달 초 민관이 참여하는 TF를 통해 설립 준비에 나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향후 TF가 정책 설명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인천 유치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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