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 백령도 두무진.
백령도는 천혜의 보고(寶庫)다. 제주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제주도는 가는데 백령도에는 안 온다. 이유가 뭔가?
백령도의 위치는 중국 동쪽 끝 산동성 위해항과 인천항의 딱 중간이다. 그들의 관광지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직접 오는 교통편이 없다는 것이다. 또 와서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적당한 교통수단도 갖추고, 비자도 면제하고, 면세점 그리고 오락시설을 갖춘다면 분명히 올 것이다. 위해시는 중국에서 못사는 동네 축이었다지만, 1990년 인천 간에 카페리가 다니면서 부자 동네가 되었다.

우선 바닷길이 트이면 수평선 너머 미래가 보인다. 아래와 같은 가능성은 열려있다.
첫째, 한중 간의 여객선 운항 협약이다. 인천광역시와 중국 산둥성 영성시는 백령도 카페리 운항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2012년 8월 인천시, 영성시, 중국 측 영파화항고속선유한회사·대련빈해해운유한회사, 한국 측 대아그룹과 백령도 용기포항과 영성시 용안항을 잇는 고속페리 항로개설 4자협약이다. 그해 10월 한·중 정부간 해운회담에서 그 내용이 협의됐다. 지금 시행되고 있지 않다. 최종판단에는 많은 고려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미온적이라는 중국 중앙정부를 설득해 해운회담에서 담판지어야 한다. 초기 경제성이 우려된다면 우선 백령도를 경유지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 항로가 개설되면 190㎞에 달하는 영성~백령 구간을 고속페리로 3시간 남짓이면 올 수 있다.

둘째, 위그선(Wing-In-Ground effect Ship)이란게 있다. 수면 5m까지 떠서 시속 200km로 운항하는 배다. 1976년 미국은 위성을 통해 카스피해를 시속 550km로 달리는 물체를 발견했다. 위그선이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1993년부터 러시아와 기술협력을 했다. 예비타당성은 비용편익비율이 1.3이다. 경제성 있다는 이야기다. 상용화된 곳은 아직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달 8일 면허필기시험을 치렀고 곧 조종사도 나온다. 관련업체는 16만km의 시험운항을 마치고 이르면 2018년부터 부산~대마도 등을 운항예정이다. 중국해안에서 1시간 만에 대한민국 선착장에 닿는다면 중국인들을 더 쉽게 오게 할 수 있다. 다만, 배를 대형화해 경제성을 높이고 높은 파도를 넘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중국도 경색된 우리와의 관계에서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사드를 여전히 중국은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제 한국에 사드는 이미 배치되어 있고 중국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곰곰이 통계를 살펴보면 어려운 와중에도 양국 간의 무역은 줄지 않았다. 사실 우리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하고 수출하는 중국의 산업구조상 한국과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묶였던 인적교류가 문제인데, 어제 여러 뉴스를 보니 개별여행객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은 사실상 풀렸으며, 인천항도 이용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단체관광객도 방문을 문의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비는 넘겼다는 평이다.

인천의 섬들은 보물 원석이다. 제주도는 보석가공을 끝냈다. 세공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더 많이 와야 한다. 섬에 오려는 중국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수요조사도 필요하다. 인천관광공사의 몫이다. 설문조사를 한 다음에 섬에 손님 맞을 인프라 구축을 시나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인천관광공사는 회색도시 인천을 무지갯빛으로 바꾸는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모든 일을 관광공사에 맡길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다루는 정부회의도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모든 부서가 협의기구에서 각자 역할을 찾지 않는가.

백령도 등의 숙원이었던 '아침출발 배'가 1주일 후인 6월1일 재개되는데,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정부에선 지원되지 않는다. 결국 시와 군의 예산만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인천의 아름다운 섬들을 키우려면 온 나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