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녹아든 자연 … 77년 삶을 반추하다
30일~내달 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 … 120점 소개

희수(喜壽)는 77세를 말한다. 100세 시대, 실버시대란 말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희수의 나이에 개인전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인천 출신의 원로 서양화가 유재민이 77년 삶을 돌아보는 '희수전'을 갖는다. '유재민의 삶-색이 삶에 던지는 실존을 향한 갈망'이란 제목의 개인전은 오는 30일~6월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유 작가를 만났다.

"제가 그림을 안 했으면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 해온 작품 120여 점을 보여준다. 산을 좋아하는 터라 '산'과 '산의 메아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닮은 샌트페이퍼(사포) 위에 오방색을 근간으로 하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작품속에 구현하곤 한다.

"붉은 색은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색입니다. 태양과도 같은 열정적인 기운이기도 하지요."

붉은 색은 유재민의 상징과도 같은 색이다. 그의 그림 속 산은 아버지이고 물은 어머니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음양5행의 원리가 그의 그림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인천시 동구 금곡동에서 태어나 송림초등학교, 동산중고를 나와 서라벌예대에 진학한 그는 졸업 뒤 선인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초등학교 때 제가 그린 그림이 뒤에 걸렸는데 그 때 제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이후 물감과 이젤, 도화지가 제 평생 친구가 됐지요."

미술인의 인생이 쉬울 리가 없었다. 때로는 목재소에서 허드렛나무를 얻어다 이젤을 만들고, 캔버스에 헝겊을 붙여 그림을 그렸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사업의 실패로 97년엔 뇌종양 수술을 받기도 했다.

"수술을 잘 해서 다행히 바보가 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그는 실패와 병마를 이겨내고 화가의 길을 걸어왔다. 이창구 연정갤러리 큐레이터는 유 작가에 대해 '유재민의 작업실에서는 물감냄새보다 오랜 기간 곰삭아 풍기는 사람 사는 냄새를 먼저 맡을 수 있다. 평탄치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림에 대한 끈을 놓아 본 적이 없다'고 평한다. 그렇게 꿋꿋하게 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난 것일까.

"제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내조 덕분이었습니다."

희수전을 여는 것에 대해 원로작가는 아내 김영자(76) 여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