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장비 짜집기 닮은꼴
"시설 낡아 안전장치 등 결함
당초 계획 승강작업도 중단"
警 "사고당일 부품교체 확인"
노동부, '현대공사' 중지 명령
지난 22일 5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다산신도시 현대힐스테이트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가 3년 전 수원 광교 타워크레인 사고 업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닮은 꼴' 두 사고가 발생하기 전 크레인 노후화로 일부 부품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남양주 다산신도시 현대힐스케이트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는 A사로, 2014년 5월 2명의 사상자를 낸 수원시 이의동 대우월드마크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업체다.

광교 사고는 100m 높이 20t짜리 타워크레인이 부러져 32층 건물 옥상을 덮쳤으며, 크레인 기사 1명이 사망하고 인부 1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사고는 크레인의 노후화와 장비 짜깁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크레인은 제작·사용된 지 15년이나 됐다. 2000년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A사가 중국에서 중고로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크레인 본체만 수입하고 조종석을 포함한 크레인 타워 높이를 조절하는 텔레스코핑 케이지(상승틀), 유압기 부품 등은 국내산으로 짜깁기하는 등 부실한 관리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A사 수입 직후 1년여 동안 모두 7번에 걸쳐 장비 교체와 수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은 광교사고 책임을 물어 A사 법인과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2일 발생한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 역시 높이 55m, 가로 80m짜리 크레인이 아파트 11층 높이에서 꺾여 부러진 점에서 광교사고와 유사하다. 사고는 크레인이 상승하던 도중 지탱하던 노후화된 유압펌프가 터지면서 부러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크레인은 지난 19일 마스터(기둥) 등 일부 부품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근로자들은 "애초 지난 20일 승강작업이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크레인 안전장치 등에 결함이 발견돼 중단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크레인 사용기한(폐차)이 없는 것 또한 잇따르는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웃인 중국은 타워크레인 수명을 10년, 싱가포르 7년, 그 외 선진국에서는 장비관련 이력시스템을 도입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크레인의 경우 설치 후 몇 년간 고정된 자리에서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고, 해체·이동·재설치 과정을 거치면서 장비 등이 쉽게 노후화되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률로 정해진 사용기한은 없고 이력관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는 "현장을 조사해보니 며칠 전 결함이 발견된 곳이 다시 부러져 있었다"며 "사고가 난 크레인 업체는 3년 전 수원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비슷한 사고를 낸 업체로 업체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건설현장에는 10년 이상 된 부지기수인 타워크레인을 퇴출시켜야 한다. 심지어 20~30년 된 타워크레인에 페인트만 덧칠해 사용하는 곳도 있다"며 "사용기한 제한과 함께 최저 입찰가 낙찰 방식을 없애고, 안전검사 등 공공기관이 직접 관리해야만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타워크레인 '기어' 등 일부 부품을 사고 당일 교체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공사와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기계결함 또는 노후 문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은 사고가 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B-9블럭 현대힐스테이트아파트 신축현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한편, 남경필 경기지사는 23일 도정점검회의에서 잇단 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 도내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지시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장학인·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