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마당 없이 시작 '도시 농부' 급증
지자체 '자투리 땅' 분양·교육장 활용 나서
인천 계양구에 사는 회사원 김정원(39)씨는 지난 봄, 집 주변 주말농장에 감자, 땅콩, 청상추 씨앗을 심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사와는 인연이 없었던 김씨이지만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용기를 얻어 시작한 일이다.

김씨는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씨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같이 문외한인 사람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특히 놀이터에서도 흙 만지기 힘든 아이들에게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4·5월 행사가 많았고 비도 안 와 땅콩은 망한 것 같지만 다른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주고 있다"며 "가족 모두가 꼭 조물주가 된 기분에 사로잡혀 매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도심 속 농부를 꿈꾸며 손에 흙 묻히는 인천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전원생활을 다루는 방송이 연이어 인기를 끌면서 농촌 삶을 동경하는 이들 마음에 불을 지폈고, 지자체들은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내주는 등 분위기 상승에 보탬을 주고 있다. 10여개 산업단지와 항만, 공항으로 채워진 회색빛 공업 도시에 새로운 녹색 활력이 불고 있는 것이다.

23일 부평구에 따르면 올해 초 구가 갈산근린공원 내 공영 텃밭을 조성해 일반인에게 분양했더니 A형(12㎡) 36개 텃밭 경쟁률이 4대1을 기록했다.

부평구는 일반 구민은 물론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후 4월10일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발표했다. 현재 이 텃밭에선 파종을 마치고 한창 작물들이 싹을 틔우는 중이다.

올 3월 도시농업 전담팀을 신설한 부평구는 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를 창립하는 등 인천에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공공 및 민간 옥상에 공동체 텃밭을 조성하고 공폐가 부지에 텃밭을 꾸려 학생들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도시농업이 근교 주말농장이나 마당을 가진 집들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근래에는 허락된 땅이 없더라도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을 활용하는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

주말농장 경험을 토대로 노년엔 귀농하고 싶다는 주부 정현아(45·인천 서구)씨는 "도시민의 농업은 단순히 식량 생산 기능을 넘어 삶과 생활 가치를 높여준다"며 "농민들 생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유지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