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밟혀서 자란다./ 먼지 이는 길가에서도 먼지를 잠재울 줄 알며/ 자갈 하나에 깔려서도/ 질경이는 대지의 힘을 얻는다./ 밟히면 밟히면 눕고 눕고/ 잠시 누웠다가 기어코 일어나는 끈기/ 콱콱 밟힐수록 밟힐수록/ 뿌리 뻗어내는 뿌리 뻗어내는 뚝심/ (중략) / 봄 아침에 풋풋하게/ 질겨지는 질경이 - 하종오 시인의 시 <질경이>

뉴스를 검색하는 일이 즐겁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다. 한때 '땡전뉴스'가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아홉시 종이 '땡' 하고 울린 뒤 나오는 첫 뉴스는 어김없이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이었다. 불공정 보도의 극치였다. 얼마 전까지 "이게 나라냐"가 유행어처럼 번졌다면 요즘에는 "사람 한 명 바꿨을 뿐인데"가 유행이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정지지율이 80%가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의 일정을 보도한 한 기사의 댓글에 꿈, 깡, 끼, 끈, 꾀, 꼴, 꾼이 있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꿈(이상), 깡(끈기), 끼(재능), 끈(인맥), 꾀(지혜), 꼴(용모), 꾼(전문가)을 다 갖춘 대통령이란다. 모두 'ㄲ'으로 시작하는 한글자의 순 우리말이다. 꽤 오래전부터 성공하는 법칙으로 회자되던 말인 듯한데 나로서는 처음 들었다.

'꿈'은 Dream과 Vision으로 해석하고, '깡'은 끈기이자 배짱이고 열정으로 보았다. '끼'는 재능과 능력을, '꾀'는 기민성과 지혜를, '꼴'은 용모이자 태도를, '끈'은 인맥을 포함한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를, '꾼'은 달인, 전문가로 풀이했다. 꿈, 깡, 끼, 끈, 꾀, 꼴, 꾼. 가만히 한 글자씩 음미해볼수록 깊이가 있다. 아름다운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하종오 시인의 시 <질경이>를 끌어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질경이는 시에 나타난 것처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으며, 밟혀도 밟혀도 뿌리를 뻗어 내리는 식물이다. 꿈, 깡, 끼, 끈, 꾀, 꼴, 꾼을 위해서는 질경이와 같은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은연중에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더 깊은 본심은 국정수행자들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하고, 흔들리지 않고, 밟히지 않고 더 깊게 뿌리를 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염원이 더 깊은 까닭일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