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5월22일 조선과 미국사이에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가 '인천시 중구 북성동3가 8의3'(제물량로 232번길 23)으로 비정됐음에도 비정된 장소에 해당하는 지자체들이 심각한 역사왜곡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서구와 최초로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는 처음 인천시 동구 화도진공원이라는 주장과 파라다이스호텔인천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지난 2013년 개항 당시 지도가 발견되면서 인천시 중구 북성동 3가 8의3으로 비정됐다. 특히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술대회를 열어 이같은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그런데도 이 조약체결을 기념해 매년 화도진축제를 개최하던 동구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지난 19일 재현식까지 치르는 등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 이쯤 되자 시민단체들이 동구에 재현식 취소를 촉구하는 행동을 실행했다. 재현식 당일 화도진공원에 높이 1.5m 크기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 비석을 세웠다가 철거해 자유공원에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맞불행사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역사왜곡은 물론이고 구민과 시민들을 무시한 '독단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마을주민들을 위한 소통과 축제의 장이 돼야 할 화도진축제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문화동원의 한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연대단체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동구 주민들의 축제가 돼야 할 축제의 장이 왜곡된 역사를 근거로 한 정치, 문화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답답한 것은 인천시와 중구의 태도이다. 역사의 진실이 밝혀진 이상 해당 지자체라 할 수 있는 중구와 총 책임이 있는 인천시가 발벗고 나서서 역사바로잡기를 해야 하는데 속수무책,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천정체성찾기와도 크게 배치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강제동원 부인이나 중국의 동북아공정과 같은 국제적 역사왜곡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인천시와 동구, 중구는 하루빨리 역사바로잡기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