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확인 안해 '주먹구구' 운영 지적 … 주최측 "인력 부족 탓"
22일 인천 A 기초자치단체 민방위교육장. 민방위 1~4년 차 교육 소집을 알리는 안내문엔 '신분증 미지참자께서는 교육장 입실 불가'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해당 구 관계자가 교육장 앞에서 나눠주는 A4 용지 크기만 한 '민방위 교육 확인서'를 받아 들어가면 됐다. 요즘 흔한 지문 인식이나 신분증 사진과 대조하는 신원 확인 절차는 없었다. 확인서에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간단한 개인정보만 적어 교육 막바지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다 쓴 확인서는 교육 중간, 좌석 끝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한꺼번에 걷어갔다. 머릿수를 세지 않아 한 사람이 여러 장을 내도 쉽게 적발될 것 같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한 남성은 "회사 빠지기도 눈치 보였는데, 같은 동네 사는 친구 중 한 명만 와 여러 장 작성해도 됐겠다"고 수군거렸다.

2017년 상반기 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훈련에 돌입하면서 주먹구구식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원 확인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사실상 '대리 출석'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주최 측은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들에 따르면 대부분 구는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올해 상반기 민방위 교육을 벌이고 있다. 1~4년 차는 연 1회(4시간) 정기교육, 5년 차 이상은 연 1회(1시간 이내) 비상소집 훈련 또는 사이버교육을 받는다.

비상소집의 경우 오전 일찍 서명만 하는 간단한 과정인 반면, 정기교육은 구마다 마련된 민방위교육장에서 몇 시간씩 이뤄진다.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일해야 하는 보통 시민들에겐 번거로운 일로 여겨진다. 예전부터 민방위 교육 대타 논란이 있었지만 여전히 관리가 허술한 셈이다.

회사원 김현주(33)씨는 "반차 내고 온 직장인들에게 교육 중에 졸거나 스마트폰 하는 것을 막는 건 좀 빡빡할 수 있다고 쳐도, 출석체크까지 소홀히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기초자치단체 민방위 관련 담당자는 "한 번에 수백 명씩 찾는 민방위 교육에서 강사 빼면 관리자는 2~3명 정도"라며 "빨리 끝내달라는 아우성 속에서 이 인원으로 사진 대조하고, 지문 인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