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사회부 기자
한 집안에서 자녀 분가만큼 큰일이 또 있을까. 새 가정을 꾸리는 자녀에게 이런저런 재산을 떼어주려면, 부모는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가족끼리의 공감과 합의도 당연하다. 그렇게 보면 기초자치단체가 공단을 만드는 일도 자녀 분가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초단체가 출자금을 내고, 일감을 준다. 때로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그렇게 설립된 공단은 저마다 설립 당시 주어진 역할에 따라 일한다.

자녀 분가도 잘못하면 시끄러운데, 기초단체 공단 설립이라면 당연히 말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 시설안전관리공단이 딱 그런 모양새다. 무려 5년 넘게 끌어온 논란거리라 찬성 측과 반대 측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지금까지 맞서 있다. 얼마 전 연수구의회가 공단 설립 조례안과 출자동의안을 가결해 설립이 확정됐는데도 잡음은 여전하다. 종류도 참 여러 가지다. 누가 공단 본부장이나 과장으로 간다, 고위직 친인척이 이미 채용을 약속받았다, 찬성한 의원이 혜택을 받는다더라 따위의 말들이 구청과 구의회, 지역사회를 떠돌고 있다.

사실 지금 소문에는 실체가 없다. 정황을 넘어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문들을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설관리공단이 인사 비리 따위의 부정부패 사건에 등장한 경우가 워낙 많아서다. 당장 인터넷에서 '시설관리공단 구속'이라고 검색해 보자. 불과 한 달 전 경기도 A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뜬다. 울산시 B구 시설관리공단도 작년 11월쯤 검찰로부터 인사비리 수사를 받았다고 한다.

공단 주변에는 지역을 막론하고 정규직으로 입사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 누구를 만나야 한다, 측근이어야 한다 따위의 말들이 떠돈다. 참으로 정상이 아니다.

이미 조례가 제정된 마당이라 공단은 설립될 것이다. 지역이 점점 커지고 있어 공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이제 앞으로 어떨지 지켜보면 된다. 가족으로 따지면 구는 큰 집, 공단은 작은 집쯤 될까. 큰 집이 작은 집을 바로 가르치며 엉뚱한 짓을 강요하지 않으면 탈이 없을 것이다. 작은 집도 모든 일을 원칙대로 하면 된다. 얼마 전 구의원이 뇌물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은 터라, '연수구'와 사법기관이 같이 나오는 기사는 별로 반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