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대통령이 새로 선출됐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후 선출된 첫 대통령인 만큼 국민들 모두 큰 기대와 희망에 벅차 있다. 이제껏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대통령들 가운데 온전하게 임기를 마치거나 명예롭게 퇴임한 이를 손꼽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전임 대통령의 예만 보더라도 무엇보다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 불명예스럽게 탄핵돼야만 했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이번 대통령에게도 역시 사람을 올바르게 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거듭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중용(中庸)> 20장에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을 등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爲政在人)"라고 하고, 이어서 군주는 모름지기 훌륭한 인재를 직접 챙겨 등용할 것이며, 군주 자신도 세상 만물에 두루 통하는 도(道)를 잘 닦아 어진 정치를 펴야 한다고 했다. 나라 정치는 군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와 함께 정치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어진 신하를 뽑아 쓰는 일이 성공적으로 정치를 수행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중국 송(宋)나라 때 진덕수(陳德秀)가 지은 <대학연의(大學衍義)>에 훌륭한 군주에게는 사신(師臣)과 우신(友臣)이 있고, 경계해야할 신하로 복신(僕臣)이 있다고 했다.

'사신'이란 군주가 스승처럼 섬길 수 있는 신하로서 마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이 주(周)나라를 건국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강태공(姜太公) 같은 이라고 했다. '우신'이란 군주가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신하로서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장량(張良)을 예로 들었다.
아마 대통령의 주변에도 여러 분야에서 대통령의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고 넘치는 부분을 덜어주며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 가운데에는 사신과 우신뿐만 아니라 군주가 경계해야 할 신하라고 하였던 복신 같은 이도 있을 것이다.

'복신'이란 마치 한 집안에서 주인을 '섬기는 것[僕]'만 잘하는 종과 같은 신하를 일컫는다. 복신은 충신이라는 허울을 쓰고 군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헤아려서 언제나 "예, 예"를 입에 달고 있으면서 군주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그 대가로 얻은 직위와 권력을 이어가려고 한다.

사람을 부려 쓰는 입장에서 스승처럼 군주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일깨워 주는 사신이나, 친구처럼 군주 자신의 허물을 바로잡으라고 지적하는 우신을 마주 대하는 일은 특히 군주나 대통령과 같은 최고의 권력자에게는 더욱 껄끄러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마음이란 것이 자신을 잘 알아주고 따르는 복신 같은 이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성스런 말은 귀에 거슬린다(良藥苦口, 忠言逆耳)"라는 명언이 있는 것처럼, 입에 달고 귀에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복신은 결국 군주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이는 마땅히 사신과 우신을 잘 가려서 쓰고, 복신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