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Week&금요초대석] 뼛속까지 '바다 사나이' … 박연식 해양경찰재향경우회장

"해경은 안보기관 … '마크' 지켜야 나라 지킨다"

2017년 05월 19일 00:05 금요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함께 해양경찰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분주한 요즘, 퇴임한 전직 해양경찰관을 만나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한 달여 전 열렸던 한 토론회 때문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경부활·인천환원을 위한 인천지역 여야민정 합동 토론회'였다.

행사장에는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하고, 법조·학계 등 전문가와 4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양으로 해체된 해경을 부활시켜 인천으로 되찾아와야 한다는 결기가 뜨거웠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관심을 받은 건 정치인의 약속이나 전문가의 분석이 아니라 전직 해양경찰관의 울분이었다.

그는 "해경은 생명까지 위협받는 열악한 상황에서 인명 구조와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 단속 등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는데, '해체'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지난 60년간의 명예가 날아가 버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가장 큰 박수로 해경을 응원했다.



수사권 없으면 '물에 빠진 맹인'

부활시 안전기능부처 소속돼야


서해5도, 중국 어선 불법조업 활개

지휘부는 인천에 위치하는 게 맞아



제주도 출장을 앞두고 있어 짬을 내기 어렵다며 손사래부터 치던 박연식(75) 해양경찰재향경우회장을 지난 16일 아침 이른 시간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경경우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해경을 퇴직한 경찰관과 전경들로 구성된 '해양경찰재향경우회'는 인천·부산·여수·포항·군산·속초를 비롯, 전국 12곳에 지역 경우회를 두고 있고, 중앙회는 옛 해양경찰청사인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별관 2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출장 준비 중에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난 박 회장은 "해경 부활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퇴직한 사람이 뭐 특별히 보탤 말이 없을텐데…"라면서도 사진기자까지 동행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해군 장교 출신인 박 회장은 1974년 경위로 특채돼 29년 동안 해경에 몸담았다. 15년 동안 경비함에서 근무했을 정도로 현장을 누벼온 바다사나이로, 부산·제주·인천해양경찰서장 등을 거쳐 요직인 본청 경무국장까지 역임한 베테랑이다.

박 회장은 "예전에는 배도 큰 것이 없고, 워낙 낡아서 승조원들이 고생이 많았다"며 "요즘은 배도 커지고, 무기도 좋아져 후배들이 근무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해지구에서 30톤 규모의 경비정 정장으로 근무할 당시, 배를 수리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던 중 수동타(사람의 힘으로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황천1급 돌풍 앞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며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해경은 사명감 없이는 단 하루도 근무할 수 없는 국민의 봉사자"라고 강조했다.

현직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1992년 태풍 재니스를 뚫고 17명의 어부를 구조했던 것을 꼽았다.

당시 1501함 함장으로 근무하던 박 회장은 제주도 남방 10㎞ 해상에서 태풍 영향권에 들어 표류하던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한밤중에 출동해야 했다. 여건상 구조를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1501함이 해경에서 가장 큰 배여서 출항했는데, 파도방향이 현측이어서 어선에 접근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3시간의 사투 끝에 17명의 어부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투색총(投索銃)으로 던짐줄을 쏘는데, 가지고 있던 22개 중에 마지막 1개가 어선에 걸렸다"며 "목숨을 걸고 출동했던 임무에서 17명 전원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어서 지금도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세월호 침몰 이후 해경 해체가 결정된 후 맞이했던 2014년 9월12일 해양경찰의날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법정기념일로 격상돼 해경 가족에게는 생일과도 같은 날이었지만, 침통한 분위기 속에 마지막 기념식이 됐던 날이었다.

박 회장은 당시 "해경은 다른 기관과 달리 인명구조 외에 안보, 치안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경 마크가 그대로 존속돼야 한다"며 "특히 바다를 단속하는 기관에 정보와 수사권이 없으면 밀입국과 불법 조업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 적절히 처리하는 데 있어 시각장애인이 물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경 부활과 인천환원을 약속한 것에 대해 박 회장은 "해경 해체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를 평화롭게 지키는 것이 곧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해경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시 초동조치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미흡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해경은 우리나라 전 해역을 관장하기 때문에 남해나 동해, 서해 어디에 있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서해5도와 NLL이 바로 옆에 있고 중국 불법어선이 활개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휘부는 인천에 있어야 한다"며 "밀수·밀항같은 치안 수요뿐 아니라 안보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해경 가족들에게는 해경이 모체와도 같은 곳"이라며 "해경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훌륭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배들이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부활하는 해경은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설치되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해양수산부는 경제기능이 주된 역할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안전과 안보기능이 주 역할인 해경과는 맞지 않다"며 "안전기능을 수행하는 부처에 소속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글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그 인천일보